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에 반대하고 있는 홍콩 시민들이 21일에도 홍콩 정부청사를 포위하며 대규모 시위를 벌일 전망이다. 지난 15일과 18일, 홍콩 정부 수반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이 두 차례 기자회견에서 송환법 추진 잠정 중단 약속과 공식 사과를 하면서도 법안 철회 의사만큼은 내비치지 않자, 시민들이 ‘완전한 폐기’ 선언을 이끌어내기 위해 정부를 계속해서 압박하고 나서는 모습이다.
2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중문대와 홍콩과기대 등 7개 대학 학생회는 정부에 △송환법 완전 철회 △12일 시위에 대한 ‘폭동’ 규정 철회 △12일 시위 과잉진압 책임자 처벌 △체포된 시위 참가자 전원 석방 등 4대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학생들은 이날 오후 5시까지 이에 응할 것을 요구하면서, 정부가 요구사항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21일 정부청사를 둘러싸고 대규모 시위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하철역에 인파를 집결시켜 지하철 운행을 막는 등 ‘시민 불복종 운동’도 적극 전개하기로 했다.
앞서 홍콩 시민 수만명은 지난 12일 의회에 해당하는 입법회 건물 주변에서 송환법 저지 시위를 벌였다. 당시 경찰은 최루탄과 고무탄, 물대포 등을 동원하며 강경진압에 나섰고, 이로 인해 81명의 부상자가 나왔다. 시위대 32명이 체포된 가운데, 람 행정장관과 스테판 로 경무처장은 시위를 ‘폭동’으로 규정해 시민들의 분노를 샀다. 시위 물결은 더욱 거세졌고, 결국 람 장관은 15일 기자회견을 통해 송환법 추진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지만, 이튿날 시위엔 무려 200만명이 참가하는 등 반(反)송환법 목소리는 잦아들지 않았다. 람 장관이 “법안을 다시 추진하기 위한 시간표는 없다”면서 사실상 철회 선언을 하긴 했으나, 완전히 폐기하겠다고 못 박진 않은 탓이다.
이런 상황에서 열리게 될 21일 시위의 규모와 강도는 한층 더 크고 세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재야단체 연합 ‘민간인권진선’이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 단체는 지난 9일(103만명 참가, 주최 측 추산)과 16일(200만명 참가) 대규모 시위를 주도했던 단체다. 최근 시위대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에서도 21일 시위 참가 독려 캠페인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정부청사는 물론, 입법회와 경찰청 등도 포위하자” “자발적인 ‘3파(노동자 파업, 소상공인 휴업, 학생 동맹휴업)’를 벌이자” 등 의견도 쏟아지고 있다.
다만 민간인권진선 측은 23일 일요일 시위는 전개하지 않고, 그 대신 다음달 1일 홍콩주권반환일 시위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이 단체는 “7월 1일 이전에 다른 시위에 나설지는 확정되지 않았다”며 “민의를 보여주기 위해 해외여행 등을 자제하고 7월 1일 시위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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