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광주시 민간공원 개발행위 특례사업(2단계) 비리 의혹 고발 사건 수사가 굼뜨기 짝이 없다. 검찰은 “언론 눈에 띄지 않는다고 수사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고 항변하지만, 그렇다고 수사가 활기 있게 진행되는 것도 아니다. 앞서 수사 초기 “지검 고위 간부가 철저한 조사를 지시했다”고 큰소리를 쳤을 때와 견줘 볼 때 속도감은 크게 떨어져 보인다.
광주지검 관계자는 20일 수사 진행 상황을 묻는 질문에 “계속 수사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이 사건은 광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광주경실련)이 지난 4월 17일 민간공원 특례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비리 의혹의 실체를 밝혀달라며 검찰에 광주시 간부 공무원 A씨를 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로 고발한 사건이다. 이 사안은 ㈜호반건설이 당초 중앙공원 2지구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서 탈락했다가 재선정된 것을 놓고 시가 제안서 공고 규정을 무시한 채 호반건설의 이의 제기를 수용하고 광주시감사위원회에 특정감사까지 지시한 과정 등이 결국 ‘호반건설 밀어주기’가 아니냐는 의혹이다. 또 제안서 평가결과보고서가 사전 유출됐는지 여부와 중앙공원 1지구의 우선협상대상자였던 광주시도시공사가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반납하는 과정에 광주시의 외압이 있었는지 등도 사건의 본질이다.
그러나 이 사건 수사는 석 달째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검찰은 5월 8일 고발인을 한 차례 조사하고 시로부터 특정감사결과 보고서 등 관련 자료를 임의 제출 받은 뒤 두 달째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의 이런 모습을 보면 ‘본격 수사 착수’라고 보기엔 뭔가 엉거주춤한 자세다. 실제 고발인 조사 이후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했다는 얘기가 검찰과 시청 안팎에선 들리지 않는다. 제안서 평가결과보고서 유출 의혹을 받고 있는 A씨가 검찰에 찾아가 해명 자료를 직접 제출했지만, 정식 조사를 받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마른 침을 삼키며 검찰 수사 향배를 주목하던 광주시와 도시공사 내부에서조차 “수사를 하기는 하는 것이냐”는 반응이 나올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검찰의 수사 의지에 대한 의문마저 일고 있다. 당초 이번 수사는 특별수사부에서 맡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광주시 간부들과 재벌그룹이 등장하는 의혹 사건의 특성상 특수부가 적임이기 때문이었다. 검찰 주변에선 특수부가 이번 수사에 대비하고 있었다는 얘기까지 들렸다.
그런데 광주지검은 공무원 범죄 전담 부서인 형사1부에 사건을 배당한 뒤 다시 수사과로 내려 보냈다. 검사가 사건을 수사관에게 내려주고 수사 지휘를 하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검찰의 수사 의지와 동력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이처럼 검찰이 뭉그적거리자 참다 못한 광주경실련이 발끈하고 나섰다. 광주경실련은 조만간 고발인 자격으로 변호인을 선임해 미지근한 검찰 수사에 적극 대응키로 했다. 광주경실련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둘러싸고 광주시 고위 간부와 호반건설 계열사 간부간 부적절한 접촉 의혹까지 불거지고 있는데도 검찰 수사는 어찌된 일인지 감감무소식”이라며 “검찰이 이번 수사를 대충 뭉개려고 그러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이 사건 수사는 수사과 1개팀(3명)이 맡고 있다”며 “(수사는) 계속 가고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만 말했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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