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강한 권한에 가장 믿는 참모 평가… 경제 총괄 동행 북 지원 메시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을 방문한 20일 ‘시(習)의 남자’로 통하는 최측근 여러 명이 전용기에 함께 올랐다. 14년 만의 중국 국가지도자 방북에 걸맞게 실권을 가진 참모들이 수행하는 모양새를 연출하면서 북한을 향해 통 큰 협력의지를 과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허리펑(何立峰) 국가발전개혁위원회(이하 발개위) 주임(장관급)이다. 발개위는 중국 경제의 사령탑으로 불린다. 중국의 모든 경제 현안을 조정하는 공산당 소속 위원회다. 시 주석의 역점사업인 일대일로(一帶一路ㆍ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도 주도하고 있어 권한이 막강하다.
허 주임은 미국과의 무역협상 선봉에 나선 류허(劉鶴) 국무원 부총리와 함께 중국 경제를 이끌어가는 양대 축이다. 하지만 중국은 당이 군이나 정부보다 우위에 있기 때문에, 엄밀히 따지면 허 주임이 경제를 총괄하는 정부조직의 수장인 류 부총리보다 서열이 높다고 볼 수 있다. 허 주임은 전국정치협상회의 부주석도 겸임하고 있다.
따라서 허 주임이 시 주석과 함께 평양에 모습을 드러낸 것 자체가 북한의 경제난 해소에 실질적 도움을 주겠다는 메시지나 다름없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줄곧 간절히 원하던 부분이다. 대북 원조를 대폭 늘리고 개혁개방을 지원해 북한의 숨통을 틔우는 한편 유엔의 제재 그물망을 피해나가기 위한 묘수를 찾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황제의 그림자’로 불리는 딩쉐샹(丁薛祥)은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위원, 중앙서기처 서기, 중국공산당 중앙판공청 주임 등 3가지 직함을 맡고 있다. 이번 고위급 수행단 가운데 서열이 가장 높다. 이중 중앙판공청 주임은 우리의 대통령 비서실장, 경호실장, 부속실장을 합쳐 놓은 것과 같다. 시 주석이 가장 믿고 부리는 참모인 셈이다.
중앙판공청은 체제 선전과 대외 홍보 업무도 맡고 있다. 중국은 시 주석의 방북을 앞두고 북한과의 우의를 유독 강조했다. 따라서 수교 70주년인 10월 6일에 맞춰 모종의 정치행사를 준비하기 위한 사전 조율차원에서 시 주석을 수행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딩 정치국위원과 허 주임은 시 주석의 지난 3월 유럽 순방과 이달 초 러시아 방문 등 굵직한 대외 행보에 모두 동행했다. 대북 제재 국면에도 불구하고 북한을 유럽, 러시아 못지않은 핵심 파트너로 인정한다는 의미다.
이외에 시 주석의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는 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와 함께 ‘퍼스트레이디’ 외교에 나서는 모양새를 연출해 북한이 정상국가라는 점을 부각시킬 전망이다. 중국 외교라인을 이끌고 있는 양제츠(杨洁篪) 외교담당 정치국위원 겸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 왕이(王毅)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도 수행단에 포함됐다. 일각에선 중국의 외교부 전체가 북한으로 시 주석을 따라온 것과 다름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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