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 만에 반부패협의회 주재… 개혁 지속ㆍ적폐청산 가속 시사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고액 상습 체납자의 은닉 재산을 끝까지 추적하고 더 이상 특권을 누리지 못하도록 국세청과 관련 부처가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세금은 제대로 내지 않으면서 호화 생활을 영위하는 탈세자와 악의적 체납자를 엄벌해 조세 정의를 바로 세우겠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은 사립학교법 개정을 통한 사학 비리 근절도 요구했다. 채용 비리 등 일상 속의 반칙과 특권을 뿌리뽑는 생활 적폐 청산으로 범위를 넓힌 ‘반부패 개혁’의 고삐를 한층 더 틀어 쥐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반부패정책협의회를 주재하면서 “부패 사건을 개별적으로 처리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반부패 풍토가 문화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나는 반부패정책협의회를 우리 정부 반부패 개혁의 총본부로 여기고 있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집권 3년차를 맞아 ‘반부패 개혁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조사통’인 김현준 국세청장 후보자와 ‘검찰주의자’로 꼽히는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를 잇따라 발탁한 것과 맞물려 적폐 청산을 이어가겠단 의지가 읽힌다.
문 대통령은 특히 “공동체에 대한 의무를 고의적으로 면탈하고, 조세정의의 가치를 무너뜨리는 악의적 고액 상습 체납자는 반드시 엄정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고강도 대책을 주문했다. 또 “학생들에게 시민의 윤리와 책임을 가르치는 학교에서 저질러진 부정이라는 점에서 더 큰 충격을 던지고 있다”며 회계투명성 강화를 중심으로 한 사학비리 근절 방안 마련도 논의했다. 국민권익위원회에 사학비리ㆍ부패 신고센터를 설치하는 방안 등이 협의됐다. 여기에는 노무현 정부에서 실패한 사학개혁을 마무리 짓겠다는 문 대통령의 뜻이 실린 것으로 봐야 한다. 이와 함께 정부는 요양기관 지원금 부정수급 및 보조금 착복 등 불법행위에도 적극 대응하기로 했다. 다른 한편으로 노인학대 방지와 돌봄 서비스 질 제고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정의로운 나라를 염원하는 민심의 촛불은 직장과 학교 등 일상 곳곳에서 여전히 뜨겁다”며 고강도 반부패 개혁의 불가피성을 거듭 강조했다. 또 “반칙과 특권은 국민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근본부터 부정하는 행위”라며 “기성세대가 ‘세상은 원래 그런 것’이라며 관행으로 여겨온 반칙과 특권은 청년들에겐 꿈을 포기하고 절망하게 만드는 거대한 벽”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출발선이 아예 다르고 앞서 나가기 위해 옆구리를 찌르는 것이 허용되는 불공정한 운동장에서 사회적 신뢰는 불가능하다”며 “원칙을 지키면 손해를 보고 반칙을 하면 이득을 보는 사회에서 청년들이 희망을 가질 수 없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의 반부패협의회 주재는 지난해 11월 공공기관 채용비리 등 ‘9대 생활적폐 근절대책’을 보고받은 이후 7개월 만이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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