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정사 등 사찰 관람료 폐지 난색 “정부 대책 없으면 헌법소원 불사”
대한불교조계종(조계종)이 국립공원 내 사찰의 문화재 관람료 징수 문제 해소와 관련 정부의 대책 마련을 공식 촉구하고 나섰다. 조계종은 정부의 보상이 없으면 문화재 관람료 유지를 넘어 재산권 행사까지 할 방침이라 문화재 관람료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더 커지게 됐다.
조계종은 20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문화역사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계종은 “정부가 과거 사찰 소유토지를 국립공원에 편입한 데 대한 보상조치를 마련하라”며 “합리적인 해결 방안을 내놓지 않는다면 국립공원에 편입된 사찰 소유 토지를 공원구역에서 해제할 것을 요구하고, 재산권 규제 관련 헌법소원 신청도 하겠다”고 밝혔다. 조계종이 문화재 관람료와 관련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종단은 “문화재 관람료 논란은 문화재 관람료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일방적인 국립 공원 정책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화재 관람료 징수에 따른 비판을 사찰 측만 받고 있고,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조계종에 따르면 종단 소속 67개 사찰이 문화재 관람료를 받고 있으며, 이중 경주 불국사, 지리산 쌍계사, 속리산 법주사 등 23곳이 국립공원 내에 있다. 사찰은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1962년부터 문화재 관람료를 받아왔다. 종단은 1967년 정부가 공원법을 제정, 국립공원을 지정하면서 사전 협의 없이 문화재 보유 사찰의 재산을 일방적으로 국립공원에 편입시키면서 문제가 불거졌다고 주장했다. 1970년부터는 국립공원 입장료를 받으면서 사찰과 정부는 입장료 내에 문화재 관람료를 포함해 합동 징수해왔다. 하지만 2007년 국립공원 입장료를 폐지하면서 사찰을 방문하지 않는 관광객들도 문화재 관람료를 별도로 내야 되자 민원이 쏟아지면서 사회적 논쟁으로 부상했다. 사찰이 문화재 관람료를 부당하게 징수한다며 ‘산적’이라는 비난까지 나왔다.
특히 지리산 국립공원 내 전남 구례군 천은사의 문화재 관람료 징수가 사회적으로 큰 논란거리였다. 경내 통과 도로를 이용하는 모든 차량으로부터 공원문화유산지구 입장료 명목으로 1,000원을 받았다가 지난 4월 폐지됐다. 하지만 설악산 신흥사, 오대산 월정사 등 국립공원 내 주요 사찰 대부분은 관광객의 반발 속에서 문화재 관람료(입장료로 지칭)를 받고 있다. 사찰의 연간 문화재 관람료는 400억~500억원으로 추정된다.
종단은 자연과 문화재 보호를 위해 쓰이는 예산인 만큼 이를 보전하지 않으면 사찰관리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화엄사 주지 덕문 스님은 “국립이라는 명칭이 붙으면서 사유지가 공유지가 돼 버린 꼴”이라며 “문화재 보존을 위한 최소한의 경비로 책정된 관람료를 폐지하려면 이에 상응하는 정부 보상 방안이 충분히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종단은 이날 사찰 소유 부지가 포함된 국립공원을 국가재산인 것처럼 잘못 알리고, 관람료를 두고 사찰과 국민간 갈등을 부추겼다고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종단은 “사찰이 보존하고 가꿔온 자연환경과 문화유산들을 국가가 보호하는 것처럼 호도하고, 다른 한쪽으로는 사찰과 국민간 갈등과 분쟁을 조장하는 이중 행태를 보여왔다”고 지적했다.
종단은 이날 정부 각 부처가 나눠 맡는 전통 사찰의 보존관리 업무를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로 일원화할 것도 요구했다. 현재 사찰 보존관리 업무는 문체부, 환경부, 국토교통부, 농림부, 문화재청, 국립공원관리공단, 산림청 등에 걸쳐 있어 효율적인 보존관리가 어려운데다 소통 창구도 분산돼 있어 논란을 해소하기에도 힘든 구조라는 입장이다. 조계종 대변인인 오심 스님은 이날 “불교가 ‘산적’소리까지 들으면서도 국가적 차원에서 세계적인 문화재인 사찰과 자연을 보존하는 데 최선을 다해왔다”며 “이제 정부가 문화 유산의 기준을 정확하게 명시하고, 적극적으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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