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공원, 어린이대공원, 태종대유원지
금강공원 등 각기 특색 있는 프로그램
“어릴 때 자연 경험, 평생 정서 형성”
2016년 1000명 → 2년 만에 6000여명
지난 18일 오전 부산 동래구 금강공원 숲 속. 커다란 초록색 연잎에 고인 물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한 어린이는 “물이 구슬 같아요”라고 말했다. 4살쯤 되는 어린이 9명은 커다란 연잎을 하나씩 들고 일렬도 섰다. 연잎으로 서로에게 물을 옮기기 위해서였다. 어린이들은 물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조심조심 이 연잎에서 저 연잎으로 물을 옮기느라 여념이 없었다. 숲 해설가 설숙자(54)씨는 “어릴 때 자연과 함께 하는 것이 성인이 돼서도 숲을 다시 찾을 수 있는, 숲에 대한 평생의 정서를 만든다”고 말했다.
부산 도심의 숲 공원들이 자연 체험 교육의 산실(産室)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부산의 대표적 공원인 대신공원, 어린이대공원, 금강공원, 태종대유원지, 부산시민공원은 저마다의 특성과 계절에 맞는 생태문화 해설 프로그램을 시민들을 위해 마련하고 있다. 숲 해설가 선생님과 함께 공원을 탐방하면서 숲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나무와 풀을 직접 만지고 관찰하면서 자연과 소통하며 오감을 만족시키는 힐링 프로그램들이다.
이날 금강공원에서 진행된 생태문화 해설프로그램에 참가한 부산 금정구 동원어린이집 어린이들은 장수풍뎅이 애벌레를 직접 만져 보는 체험도 했다. “말랑말랑 해요” “주름이 많아요” “꿈틀거리는 게 인사하는 것 같아요” 등 저마다 느낌을 숨기지 않고 쏟아냈다. 숲 해설가 설씨는 “주말에는 숲 체험을 가족 단위로 하는 경우도 많다”면서 “숲을 다니면서 나무 한 그루를 ‘우리 나무’로 정하면 어린이가 커서도 숲의 ‘우리 나무’를 찾아 엄마, 아빠와 함께 했던 시간을 추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생태문화 해설프로그램은 대신공원, 어린이대공원, 태종대유원지 등에서도 지난 4월부터 오는 10월까지 주말을 포함해 주 2~3회 가량 진행하고 있다. 대신공원에서는 ‘대신공원에서 만난 양서류 친구들’ ‘숲 친구들과 함께하는 습지탐사’ 등의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어린이대공원에서는 ‘나는야 곤충탐험대’ ‘연두빛 봄 숲의 비밀’ 등이, 금강공원에서는 ‘도롱뇽과 친해져요’ ‘식물에도 향기가 있어요’ 등의 프로그램이 있다. 태종대유원지는 ‘바닷속 생물과의 오감체험’ ‘태종대의 식물과 생물’ 등을 마련하고 있다.
저마다 공원 특색에 맞는 프로그램이지만 참가 어린이의 연령에 따라 내용의 수준을 조절하기도 한다. 또 단체로 신청할 경우 정해진 요일이나 날짜가 아니더라도 참가 단체의 수준에 맞는 프로그램을 별도로 진행하기도 한다. 프로그램 시간도 조정이 가능하다. 생태문화 해설프로그램은 예약제로 부산시설공단 각 공원 홈페이지에서 예약 가능하다.
이들 프로그램을 찾는 어린이와 시민들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대신공원을 비롯한 어린이대공원, 금강공원, 태종대유원지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참가한 인원은 프로그램 시작 첫해인 2016년 1,000명 수준에 불과했지만 2017년 5,600명, 2018년에는 6,100명 가량으로 크게 늘었다. 주희영 부산시설공단 공원관리팀 과장은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 등을 다양하게 마련한 덕분에 참가 인원이 늘고 있다”면서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닌 도심 속에 있는 숲 공원이라 어린이나 가족 단위 참가자들이 시간과 거리에 부담이 적은 것도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부산시민공원은 여름 방학기간인 7~8월에 가족이 함께 참여하고 체험할 수 있는 자연ㆍ생태 분야 시민참여 교육 프로그램을 무료로 운영한다. 반딧불이의 애벌레를 관찰하고 유충을 방생하면서 서식지 환경을 배우는 ‘반딧불이야 놀자!’를 비롯해 공기정화 식물 만들기, 시들지 않는 생화를 이용한 나만의 작품 만들기, 천연소재 규조토를 이용한 제습ㆍ탈취 작품 만들기 등으로 구성돼 있다. 오는 26일부터 시설관리공단 홈페이지에서 선착순으로 신청할 수 있다.
추연길 부산시설공단 이사장은 “공원 환경과 잘 어우러진 어린이, 가족 단위 체험 프로그램들이 도심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열리고 있다”면서 “자연과 교감하고 식물 감성 교육과 생태학습을 하면서 자연의 소중함을 친구, 가족들과 함께 배우는 추억의 체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경훈 기자 werth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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