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에서 뛰는 한국인 투수는 류현진(32ㆍLA 다저스)이 유일하다. 하지만 류현진 외에도 한국 야구 팬들에게 응원 받는 한 명의 투수가 더 있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KBO리그 SK에서 활약한 뒤 올해 빅리그에 입성한 메릴 켈리(31ㆍ애리조나)가 주인공이다.
2010년 탬파베이 지명 후 9년 만에 메이저리거 꿈을 이룬 켈리는 올 시즌 애리조나의 선발 한 축을 확실히 책임지고 있다. 5선발로 시작했지만 입지는 부동의 에이스 잭 그레인키(36) 다음으로 탄탄하다. 20일(한국시간) 현재 승수(7)와 소화 이닝(88)은 팀 내 2위다. 시즌 성적도 7승7패 평균자책점 3.99로 준수하다. 특히 6월 성적은 3승1패 평균자책점 2.22로 더욱 빼어났다. 전날 콜로라도전에서 6이닝 6실점(5자책)으로 흔들리지 않았다면 이달의 투수도 노려볼만한 흐름이었다.
메이저리그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켈리는 최근 본보와 서면 인터뷰에서 “9년 만에 메이저리그를 처음 경험하느라 처음엔 불확실한 부분이 많았고, 적응을 위해 노력과 조정하는 시간이 필요했다”며 “이제는 나만의 루틴을 만들었고, 풀타임을 소화하려고 노력 중이다. 그 결과, 지금까지 믿기 힘든 경험을 하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또한 “마이너리그 시절보다 더 나은 투구를 할 수 있었던 비결은 야구는 야구일 뿐이고, 항상 같은 경기라는 걸 깨달은 덕분”이라며 “처음엔 더 잘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걸 하려고 스스로를 압박했지만 ‘매일, 매일 발전하자’는 마음으로 노력했던 부분이 자신감을 얻는 계기가 됐다. 팀 동료들이 도움을 준 것 역시 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2010년부터 마이너리그에서 5년간 125경기(76경기 선발)에 나가 39승26패 평균자책점 3.40을 기록했던 켈리는 2015년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한국행을 택했다. 미국에서 연간 10만달러(약 1억1,600만원)를 받았던 그는 SK와 계약 첫해 총액 35만달러(4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2015년 11승을 시작으로 2016년 9승, 2017년 16승, 2018년 12승을 거뒀고 몸값도 치솟아 마지막 해 연봉은 140만달러(16억3,300만원)였다. 2017년부터 지속적으로 메이저리그 구단의 관심을 받은 그는 결국 SK의 이듬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뒤 애리조나와 2년 총액 550만달러(64억1,600만원)를 보장 받는 계약을 했다. 여기엔 마이너리그 거부 옵션도 포함됐다.
켈리는 “SK와 한국에서 보낸 4년의 시간은 의심할 여지 없이 나를 발전시켰다”며 “구종들을 가다듬는데 도움을 준 것뿐만 아니라 새로운 구종을 추가해 미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한국이라는 다른 환경에서 지낸 작은 변화는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었다”고 돌이켜봤다. 시속 150㎞대 직구와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을 구사했던 켈리는 SK에서 직구 구위와 커브 활용도를 높였고 커터를 새로 장착해 좌타자를 효과적으로 공략했다. 또 공을 맞히는 능력이 좋은 한국 타자들을 많이 상대한 것도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그는 “KBO리그나 메이저리그 모두 좋은 타자들이 많다”며 “물론 타자들의 차이는 있지만 큰 차이는 아니다. 단지 개인별 특성을 찾아 타자들을 상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몸은 한국을 떠났지만 켈리는 SK의 경기를 시간이 될 때마다 챙겨보고, 전 동료들과도 연락을 하며 지낸다. 자신과 SK에서 ‘원투 펀치’를 이뤘던 김광현(28)의 투구도 관심 대상이다. 메이저리그 진출 의지를 갖고 있는 김광현에 대해 켈리는 “두려움이 없고, 좋은 직구와 놀라운 슬라이더를 갖고 있다”면서 “내가 볼 때는 커브와 체인지업도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다”고 칭찬했다. 이어 “광현이는 훌륭한 메이저리거가 될 것이라 100% 확신한다”며 “어느 팀을 가든지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켈리는 자신을 응원해주는 SK 팬과 KBO리그 팬들을 향해 “내 마음 속에 계속 팬들과 한국에서 보낸 시간을 간직하고 있고, 앞으로도 마찬가지”라며 “항상 SK를 지켜보고 있다. 또 한번의 우승을 응원한다”고 인사를 건넸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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