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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10곳 중 3곳,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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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10곳 중 3곳,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낸다

입력
2019.06.20 13:45
수정
2019.06.20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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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기자실에서 신호순 한은 부총재보(맨 왼쪽)가 이날 국회에 제출한 올해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2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기자실에서 신호순 한은 부총재보(맨 왼쪽)가 이날 국회에 제출한 올해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못 내는 기업의 비중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래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기업 부채는 꾸준히 증가하는데 기업 재무건전성은 악화되면서 자칫 상환불능 기업이 속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가계부채 증가세는 둔화되고 있지만 보증부 가계대출은 빠르게 늘어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국은행은 2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19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은 대체로 안정된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면서도 “금융ㆍ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기업 재무건전성도 다소 저하했다”고 총평했다. 석 달 전 금융안정 상황 평가와 비교하면 기업 건전성에 대해 부정적인 진단을 내린 것이 눈에 띈다.

◇‘좀비기업’ 비중, 금융위기 이래 최대

보고서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미중 무역분쟁 심화, 글로벌 성장세 둔화로 경영 여건이 나빠지면서 기업의 채무상환 능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외부감사 결과 공시 기업(2만1,213개)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기업의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 대비 이자비용)은 5.9배로, 전년(6.3배)에 비해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를 포함해 지난해까지 호황을 누렸던 전기전자 업종을 제외할 경우엔 이자보상배율이 3.9배로 떨어졌다.

특히 이자보상배율 1 미만,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충당하지 못하는 부실기업 비중은 전년보다 2.4%포인트 상승한 32.1%로 집계됐다. 2014년(3.17%) 이래 가장 높은 것은 물론이고,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10년 이래 최고치다. 한은 관계자는 “수익성 저하, 차입비용 상승이 이자보상배율 하락 요인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2년째 이자보상배율이 1에 못 미친 기업 비중은 전년 대비 1.4%포인트(19.0→20.4%), 3년 연속 미달 기업은 0.4%포인트(14.0→14.4%) 각각 늘었다. 올해 기업 매출이 지난해보다 3% 감소할 경우 이자보상배율 1미만 기업이 전체의 37.5%로 급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가운데 기업 부채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은행 기업 대출은 올해 3월 말 현재 842조5,00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4.8% 증가했고, 1~3월 회사채 순발행액은 2012년 3분기 이후 최대 규모인 6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국내총생산 대비 기업신용 비율은 97.2%(3월 말 기준)로, 1년 전보다 3.8%포인트 급등했다. 보고서는 “금융기관은 기업 신용위험을 선제적으로 관리하고 대손충당금 적립, 자본 확충 등 손실흡수능력을 키워야 한다”며 “특히 업황 불확실성이 큰 수출업종 기업의 경영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가계 보증대출, 집값 하락 땐 부실 우려

한은은 이번 보고서에서 보증부 가계대출의 잠재 위험에 대한 평가도 내놨다. 보증대출은 보증기관이 발급한 보증서를 담보로 금융기관이 내주는 대출로, 주택 매입 중도금이나 전세자금 등 부동산 관련 대출이 주종을 이룬다. 국내에선 주택도시보증공사,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 서울보증보험 등 3개 기관이 대출 잔액의 98% 이상을 책임지고 있다.

가계 보증대출은 2014년 이후 급증세를 지속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말 44조2,000억원이던 가계 보증대출 잔액은 올해 3월 말 166조3,000억원으로 4배 가까이 늘었다. 증가액 대부분(85.4%)은 부동산 관련 대출이었다. 이에 따라 전체 가계대출(담보대출+신용대출+보증대출)에서 보증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6.0%에서 15.3%로 올랐다.

보고서는 가계 보증대출의 77.9%(지난해 말 기준)를 고신용자(1~3등급)가 보유한 점, 연체율도 3월 말 현재 0.19%로 전체 가계대출(0.27%)보다 낮은 점을 들어 건전성이 양호하다고 평가했다. 보증기관이 보증사고를 낸 채무자 대신 갚은 돈인 대위변제액도 보증잔액 대비 0.18%(3월 말)로, 과거 평균(2014~18년 0.41%)보다 낮다.

보고서는 그러나 △보증대출이 가계대출 증가의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점 △부동산 대출 중심이라 주택시장 급변에 취약한 점 △과도한 보증서 발급이 은행이나 개인의 도덕적 해이를 낳을 수 있는 점을 들어 주의를 당부했다. 향후 3년 간 보증기관들의 대위변제율이 과거 평균(2007~18년 0.63%)을 크게 웃돌 경우 자본 잠식이 발생할 수 있다는 스트레스테스트 결과도 공개됐다. 이에 따르면 대위변제율이 1.11%로 오르면 3개 보증기관 합산 1조4,000억원의 자기자본이 부족해지고, 1.60%로 오르면 3조7,000억원이 부족해질 전망이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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