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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와 표적] ‘국방력 세계 4위’ 인도, 사실은 종이 호랑이?

입력
2019.06.20 14:39
수정
2019.06.20 18:5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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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 사회에선 ‘힘의 논리’가 목소리의 크기를 결정합니다. <한국일보> 는 매주 금요일 세계 각국이 보유한 무기를 깊이 있게 살펴 보며 각국이 처한 안보적 위기와 대응책 등 안보 전략을 분석합니다.

프랑스 다소 항공이 개발한 라팔 전투기가 지난 2017년 6월 파리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인도는 2016년 라팔 전투기 36대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파리=로이터 연합뉴스
프랑스 다소 항공이 개발한 라팔 전투기가 지난 2017년 6월 파리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인도는 2016년 라팔 전투기 36대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파리=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2월 27일 남아시아 양대 핵보유국,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에서 벌어진 공중전은 인도군의 대패로 마무리됐다. 같은 달 인도령 잠무카슈미르에서 발생한 자살폭탄 테러로 촉발된 이 전투에서 파키스탄군은 인도군 전투기 두 대를 격추하고, 조종사 한 명을 생포했다고 밝혔다. 인도군도 파키스탄 전투기 한 대를 격추했다고 주장했지만, 파키스탄은 이를 부인했다. 심지어 생포된 인도 조종사가 파키스탄 주민들에게 집단구타를 당하는 영상까지 유포됐다. 인도 입장에선 단순한 패배가 아닌 ‘대 망신’이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 전투에 대해 “인도군이 실력을 테스트해 볼 만한 드문 기회였다”며 “결과를 지켜본 사람들은 말을 잇지 못했다”고 평했다. 인도의 패배가 그만큼 충격적이었다는 뜻이다. 군사력 평가 매체 글로벌파이어파워(GFP)에 따르면 인도는 올해 평가 대상 137개국 가운데 군사력 4위에 올랐다. 인도 위에 있는 국가는 미국ㆍ중국ㆍ러시아뿐이다. 같은 조사에서 15위에 오른 파키스탄의 군 규모는 인도군 절반에, 국방비는 4분의 1에 불과하다. 대체 무엇이 인도를 ‘종이호랑이’로 만들었을까.

◇늦어진 전투기 세대교체… ‘라팔’ 36대는 아직

인도 공군의 미그-21 전투기.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인도 공군의 미그-21 전투기.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패배 원흉을 낡은 전투기에서 찾았다. 그는 전투 일주일 뒤 “만약 인도에 ‘라팔’이 있었다면 파키스탄과의 충돌에서 더 잘 싸웠을 것”이라며 보다 성능이 좋은 전투기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프랑스 다소 항공이 제작한 라팔은 최첨단 항공기술이 집약된 반(半)스텔스 전투기로 최대 200㎞ 떨어져 있는 상대는 물론, 스텔스 전투기도 탐지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대속도 마하 1.8로 비행하며 전략적 목표 타격, 핵 억지 임무, 항공모함 작전 등을 수행할 수 있다.

말뿐만은 아니었다. 실제 모디 정부는 지난 2016년 9월 프랑스로부터 라팔 36대를 80억유로(약 10조3,500억원)에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2007년 전임 정부가 계약했던 126대에서 크게 줄어들었으나, 군현대화 사업의 일환으로 나름대로 통 큰 투자를 한 셈이다. 하지만 교체 타이밍이 너무 늦었다. 첫 번째 라팔이 인도에 넘겨지는 시점은 올해 9월이며, 36대가 모두 인도 손에 들어오는 건 2022년에야 가능하다.

파키스탄 공군의 F-16 전투기가 지난 2017년 3월 파키스탄 수도 카라치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카라치=로이터 연합뉴스
파키스탄 공군의 F-16 전투기가 지난 2017년 3월 파키스탄 수도 카라치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카라치=로이터 연합뉴스

이 때문인지 2월 공중전에서 파키스탄 전투기에 맞선 기종은 ‘미그-21’이었다. 미그-21은 레이더와 항공전자공학이 발전하기 전인 1956년 구소련에서 제작된 전투기다. 최고속도 마하 2.05를 바탕으로 ‘치고 빠지기’ 식 공격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이미 은퇴 시기가 가까워져 온 전투기지만, 인도는 과거 핵실험으로 부과된 경제제재 탓에 전투기 세대교체가 늦어 낡은 전투기를 계속 운용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이번 상대는 파키스탄이 미국에서 수입한 F-16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가 미그-21을 꺼내든 이상 애당초 ‘게임이 안 되는’ 싸움이었다.

◇국방예산 많지만 장비구입은 4분의 1뿐

문제는 인도군의 ‘허약함’이 전투기에 한정된 사안이 아니라는 데 있다. NYT는 “인도 육군 장비 중 68%는 너무 낡아 공식적으로 ‘빈티지’ 취급을 받고 있다”며 인도 정부 추정치를 인용해 “당장 내일 전쟁이 발발한다면 인도군은 단 10일 동안만 탄약을 공급할 수 있다”고 전했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역시 지난 2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인도의 재래식 병력은 거대한 규모에도 불구하고 불충분한 물류와 유지보수, 예비 부품 부족으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인도가 군사분야 투자에 인색한 것도 아니다. 스웨덴 싱크탱크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인도의 지난해 국방비 지출은 665억달러(약 77조7,000억원)로 러시아와 프랑스 등을 제치고 전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다. IISS는 인도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2.1%에 해당하는 580억달러를 국방예산으로 사용했다고 봤다.

지난 2월 27일 파키스탄령 카슈미르 부드감 지역에서 군인들과 시민들이 이날 파키스탄군에 의해 격추된 인도 공군기 앞에 모여 있다. 카슈미르=AP 연합뉴스
지난 2월 27일 파키스탄령 카슈미르 부드감 지역에서 군인들과 시민들이 이날 파키스탄군에 의해 격추된 인도 공군기 앞에 모여 있다. 카슈미르=AP 연합뉴스

문제는 돈을 얼마나 쓰느냐가 아니라 어디에 사용하느냐였다. NYT에 따르면 인도 국방비 중 새로운 장비 구입에 들어가는 금액은 전체 예산의 4분의 1 수준인 140억달러에 불과하다. 나머지 상당 부분이 140만명에 달하는 현역군인 봉급 및 예비역 연금으로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장비 구입에 더 많이 투자하기 위해선 군인 숫자를 줄여야 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실업 문제가 심각한 인도에서 군은 오랜 기간 일자리를 제공하는 역할을 해왔다. 국방비 명목으로 지출되지만 실은 일자리 창출 예산인 셈이다.

그렇다고 국방지출 파이를 무작정 키우는 일도 쉽지만은 않다. 아직 문맹률이 높고 형편없는 위생시설을 갖춘 지역이 즐비한 이 나라에서 우선순위는 기본적인 삶의 질 개선에 있어서다. 인도 국방부 재정 고문을 지낸 아미트 코우시시는 “이 정부의 초점은 경제개발에 맞춰져 있다”며 “중국이 경제개발에 집중한 다음 현재의 군사적 위상을 갖추기 위해 노력한 것과 마찬가지다. 차이는 중국이 20~30년 앞섰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사회 전반에 만연한 부정부패도 인도의 군사력 증강을 막는 요소다. 지난해 7월 국제투명성기구(TI)가 발표한 국방반부패지수에 따르면 인도의 국방부패 수준은 ‘높음’에 해당했다. 모디 총리가 프랑스와 라팔 36대 구매 계약을 체결했을 당시, 야권은 불투명한 거래 내역을 문제 삼으며 모디 총리에게 비리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망신살’ 인도에 당황스러운 건 미국

인도 국기와 성조기.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인도 국기와 성조기.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인도가 파키스탄에 처참히 패하면서 당황한 쪽은 미국이다.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ㆍ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저지를 위한 미국의 구상에서 인도가 핵심 위치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이 태평양사령부의 명칭을 인도ㆍ태평양사령부로 변경한 것 자체가 인도의 중요성을 보여 준다. 당시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인도ㆍ태평양사령부를 두고 “이곳이 우리의 주요 전투 지휘부”라며 “이곳은 할리우드부터 발리우드까지, 지구 표면 절반 이상에 걸쳐 다양한 주민들을 보호한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인도 군대에 숨어 있는 갖가지 문제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인도를 주요 동맹국으로 변함없이 끌고 갈 전망이다. 미 국방부는 이달 초 발간한 ‘인도ㆍ태평양 전략 보고서(IPSR)’에서 “미국, 호주, 일본, 인도 간 4자 연합훈련(quad)을 실시한다”고 명시하며 군사협력을 강조했다. 또 외신에 따르면 미 상원 마크 워너(민주ㆍ버지니아), 존 코닌(공화ㆍ텍사스) 의원은 최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회원국과 동일한 수준으로 인도에 무기를 수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무기통제수출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인도는 미국의 주요 국방 파트너로서 미국의 최첨단 장비를 수입할 수 있게 된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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