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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훈 칼럼] 온라인 식료품 쇼핑몰과 마트의 경쟁

입력
2019.06.21 04:4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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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으로 본래 전통시장을 보호하고 진흥하려는 취지와 달리 온라인 마트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사진은 의무휴업일을 알리는 안내판의 세워져 있는 롯데마트 서울역점 정문 모습. 연합뉴스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으로 본래 전통시장을 보호하고 진흥하려는 취지와 달리 온라인 마트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사진은 의무휴업일을 알리는 안내판의 세워져 있는 롯데마트 서울역점 정문 모습. 연합뉴스

최근 국내 온라인 시장이 뜨겁다. 손정의 회장의 비전펀드로부터 20억불을 투자받은 쿠팡은 단순한 온라인 쇼핑몰이 아닌 아마존과 같은 강력한 플랫폼 기업으로 변모하겠다는 각오로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그리고 로켓배송이라는 강력한 서비스를 출시하며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늘리고 있다. 실제 여러 온라인 쇼핑몰 업체가 쿠팡의 강력한 포격에 큰 위협을 받고 있고 꽤 많은 업체들이 이 경쟁에서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1세대 온라인 쇼핑몰은 판매자와 소비자의 중개 역할만 할 뿐 직접 상품을 구매하여 창고에 보관했다가 배송을 하는 식의 직영 물류 쪽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그런데 쿠팡, 위메프, 티몬과 같은 2세대 온라인 쇼핑몰은 핵심 상품들을 저렴하게 대량 직매입하여 보관하다가 소비자에게 직배송하였고, 이를 위해 물류센터를 직접 운영함으로써 1세대 쇼핑몰과 차별화를 꾀했다. 그리고 쿠팡은 최근 이 직영 물류센터에 대한 투자를 급격히 늘려왔다. 그리고 이제는 그 범위를 넓혀 신선 식품 물류에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신선 쪽은 냉장 및 냉동 유통망이 필수라 기존의 물류 센터와는 다른 별도의 투자를 하여야 한다.

상승세의 쿠팡은 지난 해 4조4,000억의 매출을 내며 전년 대비 65% 성장하였으나, 오히려 영업손실은 72% 증가하여 무려 1조970억에 달했다. 흥미로운 것은 쿠팡이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 제공을 위해 직매입 및 직배송을 위한 직영 물류센터를 늘릴수록 손실이 커지고, 특히 식료품 관련 신선 물류센터를 확보할수록 그 손실의 폭은 더욱 빠르게 증가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쿠팡은 주저하지 않고 신선 식료품을 위한 물류센터에 투자하고 있다. 쿠팡의 강력한 무기인 ‘로켓배송’은 직영 물류센터에서 재고로 잡았다가 새벽에 일괄 배송하지 않으면 구현 불가능한 서비스기 때문이다. 그래서 쿠팡은 비록 지금은 손해가 나더라도 충성 고객을 모으게 되면 결국 승리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에 주저없이 신선 식료품 분야에 도전하고 투자하고 있다.

자정 전에만 주문하면 해 뜨기 전에 고객의 집 앞에 신선한 식료품을 가져다 놓는 쿠팡의 ‘로켓프레시’ 배송 서비스는 강력하다. 가입자 수가 빠르게 늘고 있고 취급 중인 신선 식료품의 상품 종류(SKU)가 200만 종을 넘어섰다. 쿠팡의 약진에 따라 여러 온라인 업체들도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으며 신선 식료품 시장을 놓고 경쟁하고 있다. 새벽 배송의 신호탄을 쏜 마켓 컬리의 샛별배송, 티몬의 슈퍼예약배송 등의 서비스들이 그것인데, 공통점은 고객에 대한 배송 시간 편의를 제공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온라인 업체의 식료품 시장 진입에 가장 촉각이 곤두선 곳은 오프라인의 대형 마트들이다. 이들은 이미 전국적인 신선 물류센터와 유통망을 운영하고 있고 이마트는 143개, 홈플러스는 140개, 롯데마트는 125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다. 비록 온라인 쪽에서의 역량은 쿠팡이나 위메프와 같은 온라인 쇼핑몰에 비해 떨어질지 몰라도 물류 인프라와 제품 구색은 확연히 우위에 있다. 온라인으로 주문을 받으면 배송지 인근 매장에서 바로 배송 나갈 수 있으므로 더욱 빠르고 신선하게 배송할 수 있다. 이렇게 온라인 기업과 멀티 온-오프 멀티채널 기업과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고, 이런 경쟁은 소비자에게 더 큰 이익을 준다. 그러나 경쟁의 핵심이 온라인으로 넘어온 현시점에서 소비자에게 온라인에서 선택받지 못하면 곧 퇴출된다는 위협감이 강하다.

그런데 이 공정해야 할 경쟁에서 마트 쪽이 확연하게 불리한 점이 있다.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이다. 유통산업법에 의거 전통시장을 보호하고 진흥하기 위해 대형 마트의 영업을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제한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시간대가 소비자들이 요즘 열광하고 있는 쿠팡을 비롯한 온라인 쇼핑몰의 식료품 새벽 배송이 움직이는 황금 시간대라는 점이다. 그런데 대형마트는 이 시간대에 오프라인 매장에서의 영업 금지뿐만 아니라, 온라인 주문에 대한 매장에서의 물건 배송도 금지되어 있다. 대형마트는 온라인 주문에 대해 새벽 배송시 주소지 가까이에 있는 마트 지점에서 물건을 보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활용할 수가 없는 상황인 것이다. 따라서 새벽 배송을 위해 온라인 주문 처리용 물류 센터와 인프라에 대해 이중 투자를 해야 하고, 오히려 먼 곳에서 배송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공정한 경쟁 상황이 아니다.

최근 소비자의 식료품 구매 행동을 보면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이 전통시장 진흥이 아닌 온라인 시장을 진흥한 결과를 낳았다는 것은 명약관화해 보인다. 그리고 대형마트의 수익은 계속 악화되고 있고 각 마트 매장들이 문을 닫으며 일자리의 수가 줄고 있다. 이미 시장의 흐름은 온라인으로 돌아섰다. 마트가 자신의 경쟁력인 각 도시의 매장을 온라인 신선 물류 센터로 24시간 활용할 수 있도록 허가해 주는 것이 공정한 경쟁이고, 더 많은 구색의 식료품의 옵션을 제공하는 것이 소비자들에게도 이득이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푸드비즈랩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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