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30일 국회 정문 앞에서 기초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 장애인과가난한사람들의3대적폐폐지공동행동 관계자들이 기초생활보장법 제정 20년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기초법 개정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몇 년 동안 심각해지던 소득불평등이 2019년에는 다소 진정되는 모습이다. 이번 주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주최 토론에서 발표된 자료를 보면 5분위 배율(상위 20%의 소득을 하위 20% 소득으로 나눈 값)로 측정한 소득불평등 지표가 2019년 들어 점차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될지는 신중히 지켜봐야겠지만, 소득불평등 심화 추세가 꺾이고 상황이 개선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한국 경제의 경기순환주기가 2017년 중후반에 정점을 찍은 이후 수축 국면에 들어섰고 2019년 현재 저점에 다다랐다는 점을 고려하면 소득불평등 지표 개선은 매우 고무적인 결과다. 더욱이 진정될 것 같던 미중 무역 분쟁이 격화하고, 교역 증가율이 둔화하는 상황에서 얻은 성과라는 점을 높이 평가할 필요가 있다.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경기가 수축 국면인데도 소득불평등이 완화됐다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역할이 그만큼 컸다는 것을 의미한다. 칭찬받을 일이다.

실제 소득 하위 20% 가구에 이전되는 월평균 공적이전소득의 규모는 전년대비 13.2% 증가했다. 65세 이상 노인 중 하위 70%에 지급되는 기초연금의 인상과 근로장려세제(EITC) 등이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소득 분위를 5분위가 아닌 10분위로 나누어 보면 예상치 못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소득 하위 2분위 가구의 공적이전소득은 17.0% 증가했지만, 소득이 가장 낮은 1분위 가구는 3.1% 증가에 그쳤기 때문이다. 1분위 가구의 경제 상황이 특히 어렵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 급여가 1분위 가구보다 2분위 가구에 더 집중됐다는 것은 의외의 결과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기획재정부는 2019년부터 소득이 있는 저소득가구에 지급하는 근로장려세제(EITC)의 대상과 규모를 대폭 확대했다. 지급 대상은 2018년 166만가구에서 2019년 334만가구로 두 배 이상 늘렸고 급여 규모는 1조2,000억원에서 3조8,000억원으로 무려 2조6,000억원을 증액했다. 문제는 EITC의 대상과 급여의 전향적 확대에도 불구하고 가구 소득이 가장 낮은 소득 하위 10%가 확대된 EITC를 수급할 가능성은 대단히 낮다는 점이다.

소득 하위 10% 가구의 대부분은 노동시장에 참여하기 어려운 65세 이상 노인 가구이거나 돈을 받고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있는 가구라는 점을 고려할 때, 소득 하위 10% 가구에 EITC는 그야말로 ‘그림의 떡’인 셈이다. 실제 2015년 기준으로 소득 하위 10% 가구 중 노인 가구 비율은 무려 76.5%에 달했다.

상황이 이와 같다면 EITC의 확대가 적절했는지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국민 누구나 절대빈곤에 처했을 때 의지하는 최후의 안전망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생계급여에 대한 부양의무자 기준을 그대로 둔 채 EITC를 2조6,000억원이나 증액한 것은 적절한 결정이라고 보기 어렵다. 절대빈곤에 처했지만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해 최후의 안전망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배제되는 국민이 무려 90만명이 넘기 때문이다.

생계급여의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에 드는 예산이 EITC를 확대하는 데 사용될 2조6,000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1조원 정도라는 점을 생각하면, 생계급여의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는 예산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 결정의 문제인 것이다. 폐지를 줍는 일로 생계를 꾸려 가는 노인들에 대한 측은지심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생계급여의 부양의무자 기준을 즉각 폐지하라. EITC는 기획재정부의 업무이고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보건복지부의 업무이기 때문인 것인가. 기획재정부를 ‘복지기획재정부’로 개편해야만 생계급여에 대한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할 수 있다면 정말 눈물 나게 슬픈 현실이다.

윤홍식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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