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제동원 피해 생존자인 이춘식씨가 지난해 10월 30일 신일철주금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재상고심 승소 판결을 받은 뒤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혼자 살아남은 것이 슬프다"고 말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정부가 강제징용 해법을 일본에 제안했지만 피해자들이 “일본의 사과가 빠져있다”면서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일본의 사과를 위해 한일 양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협의하라는 촉구다.

‘일본제철 및 후지코시 강제동원 피해자 대리인 및 지원단’(대리인단)은 19일 정부가 내놓은 강제징용 해법을 놓고 “‘역사적 사실 인정’과 ‘사과’에 대해 아무런 내용이 없다는 점에서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리인단은 강제동원 문제 해결 과정에 배상을 포함한 적정한 피해회복 조치 및 피해자들에 대한 추모와 역사적 교육 등을 통한 재발방지 노력도 포함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대리인단은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 14명에 대해서만 배상하겠다”는 정부 입장에 대해서도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대리인단은 아직 판결이 확정되지 않았거나 소송절차에 나가지 않은 피해자들 문제까지 함께 협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피해자들에 대한 공식적인 의견 수렴절차 없이 입장을 발표한 점에 대해서도 유감의 뜻을 밝혔다. 다만 대리인단은 고령의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현실적 여건을 고려해 “양국 정부가 다른 피해자들 문제를 포함한 포괄적 협상으로 논의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면, 정부 입장도 긍정적으로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조건부 수용 의사를 밝혔다.

이날 외교부는 지난해 10월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판결과 관련, 한국과 일본 기업의 자발적 출연금으로 재원을 조성해 피해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는 방안을 일본에 제안했다고 밝혔다. 위자료는 확정판결을 받은 이들에게만 지급되며,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피해자에 대해서는 별도의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 외교부의 생각이다. 그러나 일본 외무성은 “한국의 국제법 위반 상태를 시정하는 것이 될 수 없어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면서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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