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재단 위자료 지급 화해안 제시
현 단계 도출 가능한 가장 현실적 해법
일본 정부도 한발 물러나 적극 응하길
정부가 최근 일제강점기 징용 배상 문제 해법을 일본 정부에 제시했다. 한일 기업이 참여하는 재단을 만들어 배상 확정 판결이 난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자는 방안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19일 “이 방안을 수용할 경우 일본 정부가 요청한 한일 청구권협정 제3조 1항 협의 절차의 수용을 검토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협의 절차란 청구권협정 관련 분쟁 해결 절차로 중재위를 구성하는 해법인데,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일본 정부가 줄곧 주장해 온 방식이다.
한일 관계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위안부 갈등에 징용 문제까지 중첩돼 수교 이후 최악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최근 한국일보와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실시한 양국 공동 여론조사를 보면 상대국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양국 국민이 각각 70%를 넘는다. 징용 문제 해결은 양국민 모두의 바람이었지만 배상 문제를 둘러싸고는 양국 사법부의 판단과 국민 여론이 정반대라는 어려움이 없지 않았다. 결국 양국 정부의 운신의 폭이 극히 좁은 상태에서 정치적 해법을 강구하는 수밖에 없는 상태였다.
그간 전문가들이 시도 가능한 해법으로 꼽아왔던 것도 재단을 통한 피해자 위자료 지급이었다. 정부 제안에 대한 징용 소송 원고들의 반응이 어떨지 아직은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그동안 소송 관계자들의 입에서 재단을 통한 해법이 나온 적이 있고, 외교부가 관련 단체 의견을 두루 듣고 낸 방안이므로 부정적 태도 일색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일본이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다. 지난해 말 대법원 판결 직후 일본 정부는 소송 대상인 일본 기업 관계자를 불러 놓고 “강제 징용과 관련한 배상금 지급이나 화해 명령을 내리더라도 응하지 말라”는 요구를 했다. 이후 청구권협정에 따라 중재위 구성을 요청했고, 우리 정부가 이에 응하지 않자 즉각 다음 단계 조치로 제3국 중재까지 요구했다. 고노 다로 외무장관은 이날 “국제법 위반 상황이 계속되고 있어 받아들일 수 없다”며 재단 해법을 거부했다.
징용 배상 갈등은 양국 모두 ‘법대로’를 고수해서는 결코 풀리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 정부가 재단을 통한 해법을 일본이 수용할 경우 중재 절차를 받아들이겠다는 양보를 한 만큼 일본 정부도 기존 원칙에서 한 발 물러 선 태도를 보여야 한다.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다. 그 전에 한일 당국이 지혜를 모아 타협안을 가다듬고 한일 정상이 만나 매듭을 지어 명실상부한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만들어 갈 계기를 만들어 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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