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 가보니] 주민들 불안감 고조, “주민이 112 신고했는데 해경 1시간 지나서야 오다니” 
지난 15일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강원 삼척항에 정박한 북한어선과 어민. 뉴스1

“북한 목선이 북방한계선(NLL)을 지나 고성에서 속초, 양양, 강릉, 삼척 앞바다까지 130㎞를 남하했는데 아무도 모른다는 게 말이 됩니까.”

지난 15일 ‘해상판 노크 귀순’ 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진 강원 삼척항. 인근 어판장 상인과 어민들은 귀순 사건이 발생한 지 나흘이 지난 19일 오전에도 삼삼오오 모여 북한 목선의 ‘셀프정박’을 소재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김모(66)씨는 “토요일(15일) 오전 어판장에서 200여m 떨어진 방파제 인근 부두에 우리 어선과 다른 목선이 눈에 띄었다”며 “이 배는 아무런 제지 없이 부두에 들어와 홋줄을 던져 정박했다”고 북한 목선의 ‘셀프정박’ 당시 상황을 전했다. 김씨는 “당시 조업을 마친 어선이 복귀하는 시점이라 북한 선박을 목격한 어민과 낚시꾼이 꽤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어민은 “인민복과 군복을 입은 북한사람이 배를 정박해 놓고 부두에 올라왔으나 한참 뒤에야 군과 해경이 와 이들을 데리고 갔다”며 늑장대응을 꼬집었다.

이들의 말처럼 이날 공개된 당시 삼척항 폐쇄회로(CC)TV 영상에서도 15일 오전 6시24분쯤 북한 목선이 속도를 내면서 부두에 정박할 때까지 당국은 이를 까맣게 몰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삼척 항 인근 해상에서 북한 목선을 발견했다는 당국의 발표가 거짓임이 드러난 셈이다.

우리 측 병력은 산책을 나온 주민의 강원경찰청 112신고를 받고 한 시간이 지나서야 부두에 도착해 북한 주민과 배를 데려갔다.

그 사이 인민복과 군복을 입은 북한 선원 4명은 부두로 올라온 것도 모자라 우리 어민에게 “서울에 있는 친척에게 전화를 할 테니 휴대폰을 빌려달라”는 말까지 했다는 사실도 전해졌다.

이번 사건이 지난 2012년 북한군 병사가 최전방 철책을 넘어 우리 군 소초 창문을 두드릴 때까지 인지하지 못한 ‘노크 귀순’만큼이나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경계태세라면 소형 목선을 타고 내려오는 경우 속수무책으로 당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북한 목선이 정박한 삼척항 부두. 연합뉴스

삼척항 어민과 인근 주민들은 해상과 해안 열상감시장비(TOD), 공중 초계기 등 우리 군의 3중 감시망이 속절없이 무너지자 만약의 사태를 곱씹어 보며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렸다.

북한 선박이 정박한 삼척항 부두는 고립된 철책선과 달리 어민들이 수산물을 사고파는 어판장과 붙어 있고, 삼척시내와도 멀리 않은 곳이라 테러 등 특별한 목적을 갖고 침투할 경우 큰 혼란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주민들의 얘기다. 더구나 강원 동해안은 1990년대까지 잠수함과 무장공비가 침투했던 루트였던 터라 주민들의 불안감은 쉽게 가라 앉지 않고 있다.

앞서 지난 4월에는 삼척의 한 해안 경계철책이 절단된 상태로 발견되는 등 군에 대한 신뢰가 바닥까지 추락했다.

삼척항 어판장의 한 상인(62)은 “만약이지만 작은 배를 타고 특수부대가 침투했다면 생각하기도 싫은 끔찍한 일이 벌어질 지 모른다”며 “이번에야 말로 구멍 난 경계태세를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비롯한 온라인 공간에서도 “‘노크 귀순과 같은 어이 없는 일이 7년 만에 재현됐다”며 군의 기강 해이를 지적하는 글들이 잇따랐다.

삼척=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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