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ㆍ통신사ㆍ온라인 쇼핑몰 등 참여… 금융 소외층에 편의 제공 기대 
페이스북 암호화폐 사업에 참여하는 글로벌 기업들. 그래픽=박구원 기자

“전 세계 10억명이 은행 계좌는 없지만 휴대폰을 갖고 있습니다. 암호화폐 ‘리브라’는 그들에게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18일(현지시간) 페이스북 암호화폐 리브라의 사업보고서(백서)가 공개된 직후, 저커버그는 이런 청사진을 밝혔다. 낙후 지역에 살고 있어 제도권 금융의 손길이 닿지 않는 이들에게 일종의 ‘휴대폰 속 은행’ 역할을 하겠다는 포부다. 페이스북은 스마트폰만 있으면 금융 계좌 없이도 서로 송금을 하고, 물건도 사는 세상을 꿈꾸고 있다. 이대로만 된다면 리브라가 출시되는 내년부터 세계 금융소비 패턴에 혁명적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다만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겪은 페이스북의 보안 문제를 우려하는 시선도 많아 당장 상용화를 점치긴 이르다는 견해도 있다.

 ◇”리브라로 커피 사고 지하철도 탄다” 

19일 리브라 백서에 따르면, 리브라는 실생활 전반에 통용을 꾀한다는 점에서 기존 암호화폐들과 차별성을 두고 있다. 리브라는 평소엔 디지털 지갑(‘칼리브라’)에 보관되는데, 제휴 업체에 리브라 바코드를 스캔하는 것만으로 커피를 구매하거나 지하철을 탈 수 있도록 만든다는 게 페이스북의 구상이다. 페이스북 메신저와 애플리케이션 ‘왓츠앱’ 등을 이용하면 은행을 거치지 않고 개인 간 송금도 가능하다. 리브라가 현금, 신용카드 등 기존 결제 수단을 대체하는 셈이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다른 암호화폐도 결제기능은 있지만 실제 취급하는 곳이 많지 않고, 수수료가 비싸 일반인에겐 사실상 투자의 대상으로만 남아있다. 반면 리브라는 지난 1년간 사업준비 과정에서 비자ㆍ마스터카드ㆍ페이팔 같은 글로벌 결제업체뿐 아니라 보다폰(통신사), 우버(차량공유서비스 업체), 이베이(온라인 쇼핑몰), 스포티파이(음원 스트리밍 업체) 등 다양한 영역의 글로벌 업체를 참여시켜 범용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페이스북이 이용자 23억명의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플랫폼을 보유한 점도 강력한 무기다. 이런 특성 덕분에 은행 한 번 가기가 쉽지 않은 개발도상국이나 오지에서도 페이스북만 있으면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 공익적 효과도 기대된다. 최공필 금융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리브라 출시는 국가가 지배하는 금융 생태계가 초국가적 금융 시스템으로 진화하는 과정을 보여준다”며 “기존 금융제도의 한계를 보완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페이스북의 암호화폐 ‘리브라’를 활용한 개인 간 송금 서비스 예시. 페이스북 메신저 등을 활용해 은행을 거치지 않고도 원하는 액수의 돈을 자유롭게 보낼 수 있다. 페이스북 제공
 ◇각국 정부는 개발에 제동 

하지만 전 세계 규제당국은 페이스북의 암호화폐 사업을 기존 통화질서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백서 공개 이후 맥신 워터스 미 하원 금융서비스위원장은 “페이스북의 과거를 감안할 때, 의회와 규제당국이 조치를 취할 때까지 암호화폐 개발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페이스북은 2016년 미 대선 당시 이용자 8,70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정황이 드러나 홍역을 치렀다. 이에 페이스북도 리브라의 보안 문제 대비 차원에서 별도의 운영 자회사(‘칼리브라’)를 설립하고, 모든 정보를 페이스북과 별개로 관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리브라를 비롯한 암호화폐가 돈세탁 등 범죄에 악용될 거란 우려는 여전하다. “이름만 블록체인일 뿐 수십억 사용자로부터 세금을 챙기는 독점 기업의 사기”(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라는 비판도 있다. 서정호 금융연구원 디지털금융연구센터장은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정부가 암호화폐 규제 스탠스에 변화가 없는 상황이라 리브라가 얼마나 활성화 될 지는 지켜 볼 일”이라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페이스북 가상화폐 리브라. 페이스북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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