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이 출마 요구하면 존중… 나간다면 어려운 곳에 가야”
내년 대구 출마 가능성 열어놔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여의도 모처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제1야당 입장에서 투쟁이 불가피하지만 정책대안을 적극 제시해 문재인 정권과 무엇이 다른지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 그간 전국투어도 했지만 자유한국당의 철학과 비전을 좀더 다듬었으면 좋겠다.”

두 달간 미국에서 재충전 시간을 갖고 지난 4일 돌아온 김병준 전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본보 인터뷰에서 대안제시에 소극적인 한국당에 아쉬움을 내비쳤다. 지난해 6ㆍ13 지방선거 참패 후 당에 구원투수로 투입된 김 전 위원장은 7개월 임기 동안 현 정부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대항 담론인 ‘아이노믹스’를 제시하고 당 지지율을 20% 후반대로 회복시켜 재건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전 위원장은 인터뷰에서 “당이 출마요구를 하면 존중할 의무가 있고,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대구 정치가 답답해진 측면이 있다”고 말해 내년 총선 때 대구 수성갑에서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맞대결 가능성을 열어놨다.

_귀국 일성으로 “나라 걱정이 크다”고 했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 정책실장 출신으로 현 정부의 어떤 부분이 가장 아쉽나.

“경제의 기본, 바닥이 무너지고 있는 점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정책실장으로 재임 당시 밑에서 비서관으로 일했던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을 비롯한 현재 청와대 참모들은 경제나 사회정책을 큰 틀로 볼 수 있는 훈련 받은 사람들이 아니다. 유럽국가에 비해 자영업 비율이 훨씬 높은 우리나라에 국제노동기구(ILO)의 ‘임금주도성장’을 그대로 옮긴 소득주도성장을 도입한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나. 주52시간 도입과 관련해서도 독일은 노동시간을 줄인 만큼, 교육이나 훈련을 받도록 했지만 우리는 지금 그렇게 하고 있나.”

_한국당은 대안세력으로서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나.

“정부가 선거제 개편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시도로 권력 유지에만 매달리니까 야당으로선 싸울 수밖에 없다. 미국에서 패스트트랙 정국을 지켜보면서 힘을 못 보태고 밖에 나와 있는 게 미안했다. 그러나 한편으론 비대위원장 시절, 자유시장 철학과 자유민주주의 정신에 입각해 만든 ‘아이노믹스’(국가는 보완적 기능만 하고 민간이 자율적으로 창조와 기술혁신 주도)를 기반으로 대안 제시를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 정부에 소득주도성장을 그만두라고 하지만 말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_황교안 대표 체제는 어떻게 평가하나.

“황 대표가 관료 생활을 오래한 것에 비해 정치권에 빨리 적응하는 것 같다. 다만 정책적 준비도 잘 했으면 좋겠다. 선거에서 상대가 잘못해서 반사이익을 얻어 이기는 것은 의미가 없다.”

_비대위원장 시절 공개 오디션까지 진행하며 당협위원장을 교체했는데, 황 대표 체제에서 당협을 재정비할 것이란 이야기가 나온다.

“내년 총선 공천 과정에서 그것이 다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그 당시로선 나름의 고민이 묻어있는 것이었고, 그 결과가 존중되기를 바랄 뿐이다.”

_내년 총선에서 김부겸 전 장관(대구 수성갑)과 겨룰 것이라는 관측과, 고향인 경북 고령에 출마할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현재 살고 있는 종로 출마설도 거론된다.

“당에서 출마를 요구하면 존중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런 측면에서 한국당 깃발만 꽂으면 당선되는 곳(경북 고령)에 출마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나간다면 어려운 곳에 나가야 한다.”

_대구 수성갑이나 종로도 험지인가.

“잘 모르겠다. 다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대구 정치가 답답해진 측면이 있다. 김병준이 대구에 출마하는 게 좋지 않느냐는 이야기도 여러 번 들었다. 평창동에 20년 살아서 종로에 출마하란 이야기도 여러 번 들어서 감각이 무뎌지긴 했는데, 이번에는 무게가 좀 다른 것 같다.”

_홍문종 의원이 탈당 후 대한애국당에 입당했고 여권에서 연말 박근혜 전 대통령을 사면해 보수층의 자중지란을 유도한다는 기획사면설도 나온다.

“보수층이든, 여권이든 이제 제발 박 전 대통령을 그냥 놔주면 안되나. 정부여당은 박 전 대통령 실정을 부각하며 활용해 정권을 잡았고, 한국당 일부 의원들은 박 전 대통령에 기대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 했다. 정치는 미래를 향해 가는 것인데 언제까지 자기 실력이 아닌 남의 밑천으로 정치를 하려고 하나.”

_문재인 정부가 혁신성장을 외치고 있는데, 잘 될 것 같나.

“안 될 거다. 혁신의 기본은 변화인데, 이 정부는 노조를 뚫을 의지가 없다. 현 정부는 제대로 된 경제정책 없이 5년 보낼 거다. 이대로 가면 나라의 기본이 다 망가질 거다.”

_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정부를 계승했다고 주장한다. 노무현 정부 관료 출신의 눈으로 보기에 계승한 거 맞나.

“(고개를 저으며)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정부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이야기 하나 인용하자면, ‘시장과 조화되지 않는 진보는 안 된다’고 말했다. 재분배로 빈부격차 해소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기술개발과 인적자원 육성 통해 시장 안에서 분배를 공정하게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우리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때 분배도 이뤄질 수 있다. 현 정부에선 그런 정신을 발휘할 수 없다. 노 전 대통령은 한미 FTA 했다. 제주해군기지 건설하고 서비스산업 육성하려고 했다. 심지어 영리병원까지 하려고 생각했던 분이다. 지금 이 정부에서 이런 정책 기대할 수 있나. 당시 노 전 대통령과 각을 세웠던 사람들이 이 정부에 많이 들어가 있다.”

_최근 청년층과 영화 ‘기생충’을 관람한 뒤 “진보운동 한다는 사람들의 결론이 가볍다”고 밝혔는데, 그게 어떤 의미인가.

“가볍다라는 표현보다 사실 더 심하게 얘기하고 싶었다. 지식정보사회에선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사이의 부가가치 생산능력이 10만배까지 벌어질 수 있다. 글로벌화에 따른 부작용과 고용 없는 성장시대를 어떻게 극복할지 머리를 맞대고 얘기해야 하는데, 진보운동 한다는 사람들은 ‘부자들이 많이 먹어서 그런 것이니, 부자들한테 세금 많이 걷어서 나눠주면 된다’고 생각한다. 이런 식으로 선동하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사회문제에 기생하는 행위다.

_문재인 대통령과 과거 청와대에서 같이 일해서 대통령을 잘 알지 않나.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

“예전에는 사람들 많이 만나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지금은 꼭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 제발, 본인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 본인이 하고 싶은 것만 의제로 꺼내지 말고 좀 힘들더라도 국가적 의제를 꺼내라고 말하고 싶다. 김원봉, 이런 이야기는 대통령 끝나고 기념사업을 하던지 사회운동을 할 때 꺼내면 된다. 경제나 안보문제 같은 진짜 중대한 의제에 대해서 국민들에게 진솔하게 얘기하고 활발하게 토론으로 이어지도록, 공적 의제에 대해서 좀더 진지하게 말씀해 주셨으면 좋겠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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