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서 발생한 외국인 사건이라 해도 이들이 한국에 살고 있다면 한국 법원이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중국인 왕모(33)씨가 역시 같은 중국인인 공모(44)씨 부부를 상대로 낸 대여금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9일 밝혔다.
중국에서 사채업을 하는 왕씨는 2009년 5월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공씨 부부에게 500만위안(한화 9억650만원 상당)을 빌려줬으나 돌려받지 못했다. 왕씨가 소송을 내자 공씨 부부는 중국 법원의 재판에 응하지 않고 2013년 3월 제주도로 건너와 살기 시작했다. 그러자 왕씨도 한국에 따라와 2014년 1월 제주지법에다 대여금 소송을 다시 냈다.
공씨 부부는 한국 법원에 재판관할권이 없다고 주장했다. 1심은 공씨 부부 주장을 받아들였다. 중국인에 의한, 중국 내 사건이라 본 것이다. 외국인 사건에 대한 재판관할 문제를 정리해둔 국제사법은 ‘당사자 또는 분쟁이 된 사안이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이 있는 경우에 한해’ 한국 법원의 재판 관할권을 인정한다.
하지만 2심은 공씨 부부에게 돈을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공씨 부부가 한국에 집과 차 등 재산을 보유한 채 생계를 이어가고 있고, 자녀들도 거주비자(F-2)를 받았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한국 법원의 재판관할권이 인정된다는 이유를 내걸었다. 대법원 역시 2심 손을 들어줬다. 공씨 부부가 한국에 생활기반을 마련하고 살고 있는 이상, 한국과 실질적 관련이 있는 사람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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