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강원 삼척항으로 들어온 북한 어선의 ‘노크 귀순’ 파장이 커지고 있다. 해안 경계 실패를 덮으려고 핵심 내용을 은폐ㆍ왜곡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출항 목적과 어선 발견 장소, 신고 주체, 군ᆞ경의 대처 등 모든 과정이 거짓으로 확인됐다. 허술한 경계 실패도 문제지만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한 것은 용서받기 어렵다. 사건을 원점에서부터 전면 재조사해 책임자를 엄중 문책해야 한다.
당초 군은 북한 주민 4명이 탄 어선이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와 15일 아침 삼척항 인근에서 해경에 발견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지 주민이 촬영한 동영상을 보면 북한 어선은 항구로 유유히 진입한 뒤 부두 방파제에 정박했다. 북한 주민은 산책 나온 우리 주민에게 “서울 사는 이모와 통화하고 싶다”며 휴대폰을 빌려달라는 등 대화를 나눴지만 군이나 경찰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뒤늦게 우리 주민의 신고를 받고 나서야 경찰과 군 병력이 출동해 부랴부랴 현장 통제에 나섰다. 해안을 지키는 수많은 감시 장비와 군ᆞ경 인력은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었다.
더 기가 막힌 건 이같은 사실이 언론에 보도될 때까지 군 당국이 철저히 숨겼다는 점이다. 북한 어선이 기관 고장으로 표류하다 먼 바다에서 발견된 것처럼 정황을 흘렸고, 군ㆍ경이 자체적으로 북한 어선의 존재를 파악한 게 아니라 민간인의 신고로 알게 된 점도 은폐했다. 북한 어선의 남하가 처음부터 귀순 목적이었다는 사실도 공개하지 않았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19일 전군주요지휘관회의에서 “경계작전 실태를 되짚어 보고 엄중하게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한 것은 절반의 지시에 그친 셈이다. 경계 실패는 물론이거니와 누가, 어떤 이유로 거짓말을 했는지도 철저히 밝혀 내고 문책해야 한다.
군은 자신들에게 불리한 상황이 닥치면 은폐하고 왜곡하는 일이 습성화되다시피 했다. 국민이 이번 사건을 2012년 북한군이 우리 일반전초(GOP) 생활관까지 와서 문을 두드려 귀순했는데도 이를 숨긴 것을 빗대 ‘해상판 노크 귀순’이라고 희화화하는 것도 이런 연유다. 군에 대한 불신이 사라지지 않는 것은 무능보다 국민을 속이고 우습게 아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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