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등 환경오염 경각심 높아져
‘친환경ㆍ사회적 가치경영’ 정면 배치
정부 “2022년까지 미세먼지 30% 경감”
“법적 문제 없어”… 울산시 설득력 잃어
SK그룹이 2012년에 이어 올해 다시 울산시 등의 손을 빌려 도심 오염 차단막 역할을 해온 부곡동 산림에 대한 개발에 나서면서 ‘친환경 경영 활동으로 사회적 가치를 높여 나가겠다’는 그룹 경영방침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SK그룹이 두 차례에 걸쳐 개발을 시도하고 있는 울산 남구 부곡동 산림은 석유화학공단과 도심을 차단하는 마지막 보루와 같은 숲. 높이 50m안팎의 야트막한 언덕에 20~40년생 활엽수와 소나무가 울창한 숲이 90만㎡가량 펼쳐져 한 눈에 봐도 ‘고마운 산림’임을 알 수 있다. 위치적으로 석유화학공단 상단부에 있어 공단에서 내뿜는 악취와 미세먼지를 중화시켜 주고, 봄과 여름철에는 바다에서 내륙으로 부는 계절풍을 따라 밀려 오는 악취와 미세먼지를 걸러주고 있어서다.
SK그룹은 이 ‘고마운 숲’을 지난 2012년에도 허물려 했었다. 당시는 SK에너지가 나서 2019년까지 2,500억원을 들여 부곡동 산5 일대 93만3,271㎡에 유화공장 건설을 시도한 것이다. 사측은 2012년 11월 조성사업을 위한 환경영향평가 주민설명회를 가졌으나 반발에 봉착했다. 시민환경단체들은 최근 10년 사이 SK에너지에서 잇따라 일어난 폭발화재 사고로 수많은 사상자와 수십억원대의 재산피해를 낸 만큼 유화공장 증설계획에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특히 “사업부지는 공해차단녹지로 석유화학공단의 ‘허파’같은 역할을 해온 곳”이라며 “회사 이익을 떠나 대기오염과 안전사고 우려가 큰 만큼 울산시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울산발전연구원 역시 보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고마운 숲’ 허물기에 이번엔 SK가스가 나섰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2013년에는 SK에너지가 직접 시행자 지정을 받아 나섰지만 올해는 울산시와 울산도시개발공사가 승인기관과 사업시행자를 맡아 공영개발로 밀어붙이고 있다. 앞서 시는 지난해 9월 SK가스와 이 지구에 액화천연가스(LNG)와 액화석유가스(LPG)를 연료로 사용하는 가스복합 발전소 건설 MOU를 체결했다. 부곡동 일대 14만2,000㎡에 1조2,000억원을 들여 1,000㎽ 규모의 LNG발전소를 2021년 착공해 2024년 준공한다는 것이다. 이 사업은 당연히 산림훼손과 악취ㆍ미세먼지 문제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울산도시개발공사는 지난 18일 오후 2시 부곡ㆍ용연지구 조성사업 환경영향평가서 공청회를 개최하고 △산림(녹지)훼손에 대한 입지 타당성 △사업시행에 따른 환경보전방안(악취, 미세먼지 등) △유치업종 중 전기업(LNG발전소)계획에 따른 환경적 영향 등을 청문했다.
하지만 2013년에 비해 환경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훨씬 엄격해진 것과 SK그룹이 최태원 회장까지 나서 ‘친환경’과 ‘사회적 가치’에 경영의 방점을 둔 것 등을 감안하면 SK가스의 이러한 시도는 ‘시대착오적 판단’이란 비난이 비등하다. 유래 없는 폭염을 겪은 지난해 여름에는 7월부터 울산지역에 고농도 미세먼지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환경문제가 크게 불거졌다. 올 봄 정부는 미세먼지를 잡기 위해 추경까지 편성해야 했다.
SK그룹의 경영방침도 이런 사회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SK그룹은 지난 5월 21일 “앞으로 재무제표를 기업별로 공개하는 것처럼 사회적 가치 역시 기업별로 공개할 것”이라고 밝혀 신선한 충격을 줬다. SK그룹은 “일부 계열사들이 대체로 환경오염 유발과 탄소배출 등으로 사회에 이익 보다는 해를 끼쳤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특히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그룹 임원평가에 사회적 가치 평가 항목을 50% 이상 반영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처럼 SK그룹의 주력 계열사들이 향후 어떤 ‘친환경 경영’ 활동으로 사회적 가치를 높여 나갈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추구하는 가치경영을 얼마나 충족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는 마당에 울산 도심의 허파에 메스를 가하는 것은 극히 비상식적이라는 지적이다.
울산시는 “해당 부지는 산업시설용지로 구분되고, 기준녹지율도 지키고 있어 개발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최근 문 대통령까지 나서 “깨끗한 공기는 국민의 권리이고, 2022년까지 미세먼지 배출량을 30% 줄여낼 것”이라고 밝히는 등 환경문제가 최고의 가치로 부상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없다.
부곡동이 고향이라는 한 주민은 “소나무와 활엽수로 구성된 울창한 숲으로, 오랫동안 공해차단 녹지로 유화공단의 허파 역할을 해왔다”며 “숲이 사라질 경우 대기오염이 더 가중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라고 우려했다. 글ㆍ사진 김창배 기자 kimcb@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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