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소속 그룹 아이콘 전 멤버의 마약 의혹이 불거진 지 3일만에 모든 직책에서 물러났다. YG 콘텐츠 불매운동이 확산되는 등 후폭풍이 거세다. 최지이 인턴기자

연예기획사와 경찰 유착 의혹이 또 불거졌다. YG엔터테인먼트 소속 연예인의 마약 의혹을 제기하는 비실명 공익신고서가 12일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된 사실이 알려진 게 발단이다. YG가 3년 전 그룹 아이콘 멤버 비아이의 마약 구매에 대한 경찰 수사를 무마하려 했다는 내용이었다. YG 양현석 대표의 개입 의혹도 제기됐다. 그런데 다음날 한 인터넷 매체가 비아이 마약 의혹의 단서가 된 메신저 대화 상대자의 실명을 보도했다. 이어 ‘비실명 공익제보자는 가수 연습생 출신 한○○’이라는 보도가 쏟아졌다. ‘한○○’는 13일 내내 포털 검색어 1위 자리에 올랐다.

□ 지난해 11월 개정된 공익신고자 보호법은 ‘누구든지 공익신고자라는 사정을 알면서 그의 인적 사항이나 그가 공익신고자임을 미루어 알 수 있는 사실을 신고자 동의 없이 공개ㆍ보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그런데 13일 이후 ‘한○○’로 검색되는 기사가 네이버에서만 1,600건을 넘는다. 명백히 불법이다. 국민권익위는 한국기자협회 등에 비실명 공익신고자의 신분 보호를 촉구하는 의견을 전달했다.

□ 한씨는 버닝썬 수사 당시 경찰 유착 의혹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자 공익신고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YG라는 유명 기획사가 상대인지라, 신변 위협을 우려해 비실명으로 신고했다고 한다. 그는 실명이 공개된 뒤 “내 이름이 이렇게 빨리 알려질지는 몰랐다. 당황스럽고 무서운 건 사실이다. 이 사건은 내게 초점을 맞추면 안되고 별개로 봐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한씨를 대리해 공익신고를 한 방정현 변호사와 국민권익위는 실명을 공개한 언론사에 대해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다.

□ 공익신고자는 말 그대로 공공 이익을 위해 호루라기를 분 사람이다. 국가와 사회는 부패 예방 등 엄청난 이익을 얻지만 공익신고 대상이 된 조직에겐 치명적이다. 그래서 신분이 노출되면 조직의 배신자로 낙인 찍혀 보복, 따돌림을 당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정태연 중앙대 교수 등이 공익신고자 14명을 분석했더니, 대부분 조직 내부에서 차별을 겪고 상당한 경제적ㆍ정신적 피해를 보았다. 제보 이후 마주치는 현실이 가혹하니 “과거로 돌아간다면 다시는 지옥 문을 열지 않겠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언론이 공익신고자의 신분을 보호해 줘야 하는 이유다.

고재학 논설위원 goind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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