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18일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대한중재위원회 설치 요청과 관련해 한국에 수용을 재차 촉구했다. 지난달 20일 한국 정부에 중재위 설치를 요청한 일본은 30일째 되는 이날을 한국 측 중재위원 임명기한으로 상정해 왔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신중한 대응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오는 28~29일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하는 오사카(大阪)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까지 구체적인 대응책을 제시해 줄 것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스가 장관은 이날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한국 측은 현 시점에서 중재에 응하지 않고 있다”며 “한국 정부는 중재에 응할 (한일 청구권) 협정 상의 의무가 있는 만큼 이를 요구하는 일본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한국 측에서 중재위원 임명 여부에 대한 연락이 있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엔 “한국과의 (의견) 교환에 대해 답하는 것은 삼가겠다”고 했다.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르면 한 쪽의 중재위 설치 요구가 상대에 접수된 이후 30일 이내 양국은 각 1명의 중재위원을 임명하도록 규정돼 있다.
그는 또 한국이 중재위원을 임명하지 않을 경우 제3국에 의해 지명되는 중재위 설치를 요청하는 절차를 진행할 것인지 아니면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할지를 묻는 질문에는 “가정의 질문”이라며 “중재에 응하도록 강하게 요구할 것”이라고 반복했다. 한국이 요청에 응하지 않을 경우 G20 정상회의 기간 중 한일 정상회담 개최가 어려운 것이냐는 질문에도 “현 시점에서 가정에 답하는 것은 삼가고 싶다”고 했다.
NHK는 이와 관련해 “일본 정부는 문 대통령이 참석하는 G20 정상회의 때까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밝히든지 아니면 중재위 개최에 대한 한국 측 입장을 제시하도록 요구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와 총리관저 주변에선 한국이 중재위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G20 정상회의 기간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간 한일 정상회담 개최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대체적이다. 한일 정상회담 개최와 중재위 수용을 사실상 연계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일본도 G20 의장국가로서 특정 국가를 지목해 정상회담을 피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다. 이에 한일 정상회담의 성사 여부는 G20 정상회의 직전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공식 정상회담이 어렵다면 두 정상이 잠시 서서 얘기를 나누거나 비공식 약식회담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일본 측 중재위 요청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정부는 대법원 판결을 존중한다는 기본 입장 하에서 피해자의 고통과 상처의 실질적 치유 그리고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구축 필요성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다뤄오고 있다”고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한편 아베 총리는 전날 총리관저에서 누카가 후쿠시로(額賀福志郎) 일한 의원연맹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의원들끼리도 (한일 간) 미래를 향해 노력해 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누카가 회장은 지난 15일 한국을 방문, 이낙연 국무총리를 만나 중재위 수용 등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한국 측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한 바 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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