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3차전 노르웨이에 1-2 패… 신세계그룹 5년간 100억원 투자 효과 기대
18일 프랑스 랭스의 스타드 오귀스트-들론에서 열린 2019 FIFA 프랑스 여자 월드컵 조별리그 A조 3차전 한국과 노르웨이의 경기에서 패한 한국의 강채림(가운데) 등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랭스=연합뉴스

"한국의 자존심 살리고 싶었는데… 팬들에게 죄송하다."

여자축구 국가대표팀의 윤덕여(58) 감독은 노르웨이전이 끝난 뒤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대표팀은 18일(한국시간) 프랑스 랭스의 스타드 오귀스트-들론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프랑스 여자월드컵 조별리그 A조 3차전 노르웨이전에서 1-2으로 석패했다. 조별리그 3패를 기록한 대표팀은 2015년 캐나다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역대 3번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은 한국 여자축구가 3패로 탈락한 것은 처음 본선에 진출했던 2003년 미국 대회 이후 16년 만이다. 이번 대회 무득점의 위기에 몰렸던 한국은 후반 33분 터진 여민지(26ㆍ수원도시공사)의 골이 유일한 위안거리였다.

월드컵 개막 전부터 여자대표팀은 ‘황금세대’로 구성돼 기대감을 갖게 했다. 지소연(28ㆍ첼시)과 이민아(28ㆍ고베아이낙), 여민지, 장슬기(25ㆍ현대제철) 등 2010년 17세 이하(U-17) 월드컵 우승과 20세 이하(U-20) 여자월드컵 4강 멤버가 모두 뭉쳤다. 하지만 정작 결과는 실패에 가까웠다. 개최국이자 우승후보였던 프랑스에 4-0 대패를 당했고, 골 결정력에서 문제점을 드러내며 나이지리아와의 2차전도 놓쳤다. 공교롭게 같은 기간 열린 U-20 월드컵에서 준우승 신화를 쓴 동생들과 비교를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자축구에 대한 투자가 전무한 상황에서 성과를 바라는 것은 기적이 일어나길 기다리는 것에 가까웠다. 2019년 기준 한국 여자축구 등록선수는 1,472명에 불과하다. 지난해 1,539명에 비해 오히려 줄어들었다. 14만명에 육박하는 프랑스, 11만명의 노르웨이에 비해 100분의 1 수준이다. 여주대와 영진전문대, 한양여대 여자축구부가 지난 4년간 잇달아 해체를 선언했다.

2009년 출범한 여자실업축구 WK리그도 파행을 거듭했다. 지난 10년간 ‘여자축구 명문’ 이천 대교 등 3개팀이 사라졌다. 대표팀의 상황도 비슷했다. 2015년 캐나다 월드컵 이후 여자 대표팀은 단 5회의 친선 A매치를 치렀다. 지난 4월 아이슬란드와의 2연전이 4년 만에 국내에서 열린 평가전일 정도였다. 해외리그처럼 유명 클럽들이 여자팀을 운영하지도 않는다. 남자 축구의 K리그 유스 시스템이나 대한축구협회의 골든 에이지 프로그램도 없다. 제대로 된 투자와 체계 없이 세대 교체와 실력 향상을 바라는 건 무리다.

여자축구는 이제 다시 도약을 준비한다. 여자축구 저변 발전을 위해 신세계그룹이 5년간 1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나선 것은 낭보다. 연 2회 주기적인 A매치 친선전도 열릴 예정이다. 2023년 여자 월드컵 유치를 위해 남북 공동개최를 선언한 만큼 관심도 커졌다.

노르웨이전 이후 끝내 눈물을 보인 여민지도 재도약을 다짐했다. 다음 월드컵 출전 가능성이 높은 여민지는 “많이 부족한 걸 느꼈다”며 “이게 끝이 아닌 시작이기에 이 마음을 잊지 않고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더 포기하지 않겠다”고 힘줘 말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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