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현지시간)부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리는 가운데 시장의 이목이 FOMC 위원의 적정 기준금리 전망을 한데 모아 표시하는 ‘점도표(dot plot)’에 쏠리고 있다. 미국 제로금리 시대였던 2012년에 도입된 터라 그간 기준금리 인상 속도와 폭을 예고하는 역할만 해온 점도표가 이번처럼 금리 인하 기대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공개되긴 처음이다. 연준 입장에선 금리 조정과 의장 기자회견에 더해 점도표까지 관리하며 시장을 다스려야 하는 난제를 안게 된 상황이다.
18일 금융권과 해외 언론에 따르면 금융시장은 연준이 이틀간 진행될 이번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연 2.25~2.50%)를 일단 동결하되 향후 인하 가능성은 열어놓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앞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4일 열린 콘퍼런스에서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을 거론하고 시장 상황을 주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관건은 점도표다. 점도표는 FOMC 위원(정원 17명)들이 적정 수준이라 판단하는 기준금리 수준을 나타낸 표로, 향후 3년(당해~내후년) 각 연말 적정금리 및 장기적 중립금리(경제를 부담없이 지원하는 이상적 금리 수준)를 표시한다. 연준이 소통 강화 차원에서 2012년부터 분기별로 발행하는데, 시장에선 점도표 상 대푯값과 현행 기준금리를 비교해 금리 조정 속도와 폭을 예측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점도표가 도입된 이래 처음으로 시장이 연내 금리 인하를 기대하는 가운데 연준이 점도표 발행을 앞두게 됐다”며 “연준이 딜레마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점도표에 FOMC 위원들이 생각하는 올해 말 적정 기준금리 수준이 드러나기 때문에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연준이 점도표에 기준금리 결정권자(FOMC 위원) 개개인의 판단을 여과없이 공개하기엔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당장 미중 무역갈등이 이달 말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 중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양국 정상회담을 계기로 극적으로 봉합될지, 반대로 연장 내지 격화될지 알 수 없는 판에 섣불리 금리 인하 신호를 시장에 보내기란 쉽지 않다. 더구나 연준이 금리 인하 의지를 드러낼 경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압력에 굴복했다는 평가가 나오기 십상이다.
이 때문에 연준 내부에선 조만간 점도표의 발표 시점과 방식을 바꾸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파월 의장 역시 “점도표는 예상치 못한 시장 변화에 연준이 대응 방법을 논의하는 데 방해요소로 작용한 바 있다”며 “참고적으로 사용되는 게 좋겠다”며 시장의 과도한 해석을 견제하고 나섰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사정을 감안할 때 이번 점도표도 석달 전처럼 올해 기준금리 동결을 시사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팀 두이 오리건대 교수는 “평균은 금리 동결로 모이고 1명 정도가 연내 금리 인하에 점을 찍을 것”이라 예상했다. 국내외 금융투자업계도 FOMC를 앞두고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연내 연준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한국투자증권은 “FOMC 위원들의 생각이 시장 기대치에 부합하지 못하면 실망감이 확산돼 주식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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