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레그테크(RegTechㆍIT를 활용한 규제업무 자동화)’를 활용한 차세대 금융 감독에 나섰다. 외환거래 때 소비자가 거래 신고 대상인지 여부를 자동으로 알려주는 시스템이 마련되고, 사모펀드 약관 심사에는 인공지능(AI)이 투입된다.
18일 금융감독원은 12개 시중은행과 협의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위규 외국환거래 방지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소비자가 외환거래 과정에서 해당 거래가 신고 대상인지 몰라 제재를 받는 일을 없애기 위한 조치다.
현행 외국환거래법상 개인이 해외에 직접투자를 하거나 예금을 하는 등 자본거래를 하게 되면 요건에 따라 한국은행이나 외환 취급 은행에 사전신고 및 사후보고를 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위반금액이 10억원 이하인 경우 위반금액과 횟수 등을 감안해 경고ㆍ과태료ㆍ거래정지 등 처분이 내려지고, 위반금액이 10억원을 넘을 땐 검찰에 통보된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몰라 제재를 받는 소비자가 적지 않은 실정이다. 실제로 외국환거래 법규 위반 관련 행정제재 건수는 2016년 567건에서 지난해 1,279건으로 2배 이상 늘었다.
금감원은 위규 방지시스템을 도입해 거래상담 때부터 자동으로 신고대상 여부를 확인, 고객에게 의무사항을 충실히 안내할 방침이다. △거래금액 △해외 거주 여부 △거래사유 등을 체크리스트를 통해 단계별로 확인해 최종적으로 신고 대상 여부를 판별하는 식이다. 지금까지는 은행 직원에게 신고 대상 여부 판단을 맡기다 보니 직원 역량에 따라 규정 위반 사례가 발생하는 일이 적잖았다.
외국환거래 미신고 가능성이 높은 거래는 별도의 체크리스트를 두기로 했다. 같은 법 위반으로 가중 처벌되는 일이 없도록 과거 법 위반 전력도 공지된다. 임채율 금감원 외환감독국장은 “지난해 외환 관련 법규 위반으로 제재를 받은 이들의 절반 이상은 신고 의무를 처음 어긴 경우로, 그만큼 규정을 몰라 처벌 받은 일이 많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또 AI를 활용해 사모펀드 약관을 심사하는 시스템을 올해 안에 구축하기로 했다. AI가 사모펀드 약관 내용을 스스로 분석해 관련 법조문과 비교하고 적정성을 판단하는 방식이다. 여기엔 기계가 텍스트를 읽고 문제를 해결하는 ‘기계독해(MRC)’ 기술이 사용된다. AI 심사가 도입되면 당국의 약관심사 속도가 단축될 것으로 기대된다. 금감원은 효과가 입증되면 다른 금융상품의 약관심사 업무에도 AI 심사를 도입할 계획이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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