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노이대 어버너-섐페인 캠퍼스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미국의 경영대학원들이 전일제 MBA 과정을 중단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화제였습니다. 아이오와 대학은 이미 문을 닫았고, 상당히 높은 평판의 MBA 과정을 운영하던 일리노이 대학도 이번 가을 신입생을 끝으로 모집을 중단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적자 때문입니다. 극소수 명문대학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대학에서 등록생들의 규모가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통과 명성도 좋지만 지속되는 적자를 계속 견뎌야 하는 것인지 대학들은 고민하고 있습니다. 미국 언론들은 경제가 호황이라는 점을 그 주요한 이유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과거 통계를 보면 사람들이 경기가 좋을 때에는 직장생활을 선호하고, 경기가 나쁘면 경영대학원에 진학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학비로 인한 빚이 크고, 취업은 잘 되는 상황이라면 굳이 대학원 과정을 선택할 필요가 없는 셈이지요. 하지만 MBA 과정의 퇴조는 세계적인 현상입니다. 우리 대학들도 최근 MBA 과정을 모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경기 이외의 이유들을 살펴봐야 합니다.

우선 경영대학원의 경쟁자가 다양해졌습니다. 이제 전일제 MBA라는 전통적인 방식이 아니라 다양한 방식의 경영교육이 가능합니다. 유데미나 코세라와 같은 온라인 교육기업들이 이미 수년 전부터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유데미의 경영관련 강좌수는 약 3,000개에 달합니다. 대학보다 훨씬 세분화된 교육이 가능합니다. 최근에는 컨설팅 업체들도 경영교육 시장에 진입하고 있습니다. 맥킨지, PwC, 콘페리와 같은 컨설팅 기업들은 전직 컨설턴트를 교육자로 활용하고, 이미 존재하는 기업과의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경영교육시장을 잠식해 들어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더 크고, 주목해야 할 변화는 기업이 요구하는 교육의 정의가 바뀌고 있다는 것입니다. 대체로 MBA 과정은 어느 정도의 규모와 체계를 가진 기업들의 경영과정에서 도출된 지식을 체계화한 다음, 학생들이 이에 숙달하도록 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경험 많은 경영자들 수준의 역량을 갖도록 하는 것이 차세대 경영자를 길러내는 좋은 방법이라고 여겨져 왔고, MBA 과정은 이에 맞추어 설계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데이터 분석과 인공지능이 기업의 경영 도구로 빠르게 자리 잡으면서, 이들이 경험 많은 경영자들보다 더 나은 판단을 내리는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최근 국내 한 유통기업은 신규 점포 출점 과정에서 수십 년의 경험을 가진 점포영업 전문가들보다 빅데이터 분석이 훨씬 더 뛰어난 예측력을 갖는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기존 인력의 자리가 좁아진 셈입니다. 이런 식으로 진전된다면, 과거 경험에 기반한 지식을 습득하는 것은 이제 인간의 몫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대신 데이터와 인공지능을 도구로 의사결정 하는 데 익숙해지고, 과거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을 생각해 내는 능력을 기르도록 하는 것이 교육의 목적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까지 MBA 과정은 물론이고, 그 어떤 대학ㆍ대학원 수준의 교육과정도 이런 식으로 재구성되지는 않고 있습니다. 이런 과감한 교육은 오히려 일부 기업들에서 시작되고 있습니다. 스탠더드 차터드 은행은 미국의 듀크대학과 협력하여 구성원들이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시대에 부합하는 조직문화와 의사결정 방식을 익히도록 하는 교육프로그램 설계에 나섰습니다. CJ그룹 역시 구성원들이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에 익숙해지도록 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MBA 과정이 경험하고 있는 도전은 MBA만의 것은 아닙니다. 사회 변화는 곧 다른 학교교육에도 혁신을 요구하게 될 것입니다. 다양해진 학습 수요와 전혀 새로운 맥락의 사회적 변화에 학교가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그래서 살아남은 학교는 어떤 모습이 될지 두렵고 흥미진진합니다.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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