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골음식점에서 나중에 계산할 요량이었다 해도 주인 몰래 소주 한 병 꺼내 마시려 했다면 절도죄가 될까.
지난해 7월 서울의 한 단골음식점에서 술을 마시던 50대 남성 A씨는 주인이 잠든 사이 3,000원에 파는 소주 한 병을 냉장고에서 몰래 꺼냈다. 마침 주인이 잠에서 깨 마시지는 못했다. A씨는 주인이 ‘만취상태니까 술을 안 팔겠다’하자 주인에게 고함지르며 따라 다니는 등 소동을 피웠다. 참다 못한 주인은 A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술집 영업에 지장을 준 부분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를, 소주를 몰래 꺼내려 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절도미수 혐의도 적용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 박영수 판사는 A씨에게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서만 벌금 40만원을 선고하고, 절도미수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박 판사는 “피고인이 이전에도 해당 음식점을 자주 방문했고, 경우에 따라서는 스스로 냉장고에서 술을 꺼내 마시기도 했으며, 술을 마시거나 음식을 먹고 나서 계산하지 않은 적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비록 피해자가 술을 팔지 않겠다고 했더라도 피고인이나 주인 모두 먼저 술을 꺼내 마시고 나중에 계산하는 걸 용인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런 판단엔 “영업방해 행위에 대해 신고했을 뿐, 절도미수까지 얘기한 건 아니었다”던 가게 주인의 진술 등이 반영됐다. 박 판사는 이런 점들을 볼 때 “피고인에게 훔치려는 의도 등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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