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길 애터미 회장

한 중견기업이 미혼모 지원에 써 달라며 100억원을 기부해 화제가 되고 있다. 중견기업이 이 정도 거액을 기부하는 일은 이례적인 일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열매’는 글로벌 유통기업 애터미가 18일 미혼모 통합 지원에 100억 원을 기부했다고 밝혔다. 100억원은 중견기업 기부 사상 역대 최고액이다.

박한길 애터미 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사랑의열매 회관에서 예종석 사랑의열매 회장과 기부금 전달식을 가졌다. 기부금 100억원은 지난 14일 한꺼번에 완납됐다. 기부금은 ‘생소맘-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맘(MOM)’이라는 사업명으로, 미혼모 통합 지원을 위해 쓰이게 된다. 사랑의열매는 미혼모 지원 사업에 대한 다양한 경험과 네트워크, 정부 및 지자체와의 유기적인 관계를 바탕으로 미혼 한부모 가정의 경제적 자립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박 회장은 전달식에서 “미혼모는 소중한 생명을 선택했다는 이유로 청년기를 희생하는 커다란 대가를 치르고 있다”며 “애터미의 ‘생소맘’ 기금은 생명을 선택한 그들에 대한 지지”라고 말했다. 또 “그들이 꿈과 목표를 가지고 사회 일원으로 성장하는데 애터미의 기부가 실질적인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2009년 애터미를 설립한 박 회장은 ‘절대품질’과 ‘절대가격’이라는 경영 원칙으로 글로벌 유통회사로 성장시켰으며, 설립 당시부터 사회공헌활동을 시작했다. 박 회장 개인 자격으로도 2014년 개인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으로 가입했으며 부인 도경희 대표도 이듬해인 2015년 가입했다. 최근 자녀 2명도 아너로 가입해 패밀리 아너로 활동 중이다.

이번 기부금은 사랑의열매가 기획해 운영 중인 ‘한국형 기부자조언기금’(KDAFㆍKorea Donor Advised Fund) 4호 기금으로 운영된다. 당초 박 회장은 재단 설립을 준비했으나, 재단운영 비용을 줄이고 더 많은 대상자를 지원하고자 공동모금회의 한국형 기부자조언기금으로 기부하기로 결심했다고 사랑의열매 측은 전했다.

일반적인 기부자조언기금이란 현금, 주식 등을 펀드에 맡겨 운용수익을 기부하는 형식으로, 미국 등 기부 선진국에서 활성화돼 있다. 기부자가 기부금 운영과 배분에 대해 조언할 수 있어 재단 설립과 유사한 효과를 가지지만 재단 운영비용이 발생하지 않아 더 많은 지원을 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기부자조언기금이 28만5,000개에 달하며 기부금액만 해도 230억 달러(24조원)에 이른다.

‘한국형 기부자조언기금’은 사랑의열매가 기금을 직접 관리하면서 기부자의 조언에 따라 지원사업을 펼치는 방식으로 운용수익만 아니라 원금까지 모두 소진해 지원한다. 또 기금 취지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기금에 추가로 기부할 수도 있다.

기부자 조언기금 1호는 지난해 3월 ‘배달의민족’ 창업자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의 기부금 50억원으로 조성된 저소득층 자녀 장학금 지원기금인 ‘우아한 영항력 선순환기금’이다. 2호는 지난해 12월 김지만 전 쏘카(차량공유 스타트업) 대표의 기부금 10억원으로 조성한 제주도 아동청소년 장학지원 및 정서지원 사업기금 ‘제쿠먼 #맨들어’다. 김봉진 대표 또한 이 기금에 관심을 표시하며 지난해 12월 1억원을 기부했다. 3호 또한 김봉진 대표가 지난 3월 20억 원을 추가 기부하며 음식 배달 중 사고를 당한 배달업 종사자(라이더)들의 의료비와 생계비를 지원하는 ‘우아한 라이더 살핌기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김봉진 대표는 71억 원으로 개인 초고액 기부를 기록하고 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ankookilbo.com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피플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