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부모에 얹혀 사는 중년 문제 심각
유토리 교육 영향, 우리도 비슷한 문제
집념, 끈기 키우는 직업 교육도 필요
2016년 시작된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듀스 101’. 10대에서 20대 초반 소년, 소녀들은 간절하게 아이돌이 되길 소망한다. Mnet 캡처

사회 변화 단계의 차이로 인해 일본의 사회 문제가 시차를 두고 우리 사회에 나타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학교와 관련해서는 왕따(이지메), 학교폭력, 학부모와 학생의 교사 폭행, 등교 거부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러한 문제는 인간 노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처럼 사회 변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일 수 있다. 하지만 노력을 통해 노화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듯이 준비한다면 사회적 파장을 최소화하며 연착륙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최근 일본에서는 기생충족, 니트족,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 등이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기생충족이란 중년이 되어서도 부모에 얹혀 사는 사람을 일컫는 용어이다. 일본 타임스(2017년 4월 20일)에 따르면 2016년 현재 일본 중년세대(35~54세) 중에서 부모에 얹혀 사는 사람은 450만명에 이른다. 이들은 젊은 시절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즐기며 결혼도 하지 않고 살다가 나이 들어 부모에 기대어 살아 가고 있다. 부모가 돌아가실 경우 아무런 생계 대책이 없는 이들은 일본 사회를 파괴할 일종의 시한폭탄으로 여겨지고 있다.

니트족은 의무교육 이후 진학이나 취직을 하지 않고 직업훈련도 받지 않는 청년을 일컫는 말이다. 사회 문제가 되는 것은 구직도 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비구직 니트족이다. 이들은 장기적으로 기생충족이 될 가능성이 높고, 기생충족 중 상당수는 은둔형 외톨이가 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남재량 연구위원에 따르면 니트족 중 30%는 은둔형 외톨이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지난 5월 말 50대 남성이 길 가던 행인들을 기습하여 2명이 죽고 여러 명이 부상한 ‘가와사키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은둔형 외톨이를 포함한 기생충족에 대한 일본사회의 관심과 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다. 주로 2차 베이비붐 세대인 이들이 기생충족이 된 주 원인은 이들이 사회에 진출하던 시기에 불어 닥친 취직난, 종신고용 붕괴 등 사회 환경적 요인이지만 이와 함께 1970년대 중반부터 시행되어온 여유(유토리)교육을 들기도 한다. 여유교육은 개성과 여유를 강조하며 제창되었던 일본식 전인 교육정책이다. 여유교육 실시 이후 일본 공립 초중등학교의 학습량은 절반 가까이 줄었다. 재학시절을 여유롭게 보내며,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을 골라 자신이 원할 때 할 수 있도록 교육시킬 때 생기는 부작용 중의 하나는 힘든 직업 세계 부적응 가능성 증가이다.

니트족, 기생충족, 은둔형 외톨이가 우리사회에서도 급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우리 교육이 유념할 것이 있다. 아이들이 꿈과 끼를 계발하도록 이끌되 꿈이 반드시 직업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음을 일러주어야 한다. 가령 2017년 현재 우리나라 연예인 상위 1%가 전체 연예인 소득의 49%를 벌고, 상위 10%가 80%를 번다. 나머지 90% 사람들은 월 60만원도 못 버는 생보자 수준이다. 어른들의 말만 믿고 꿈을 따라갔는데 그 꿈이 생계유지에 필요한 직업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그 아이는 누구에게 하소연해야 할까? “네가 좋아하는 것만 해서 성공하는 사람은 천에 하나도 되지 않는다”는 일본 경영의 신 이나모리 가즈오가 한 말이다.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일정 수준의 기본생활비를 보장해 주는 사회가 되기 전까지 학교에서는 꿈과 끼 계발 교육만이 아니라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서 가치를 찾고, 그 일을 좋아할 수 있는 역량도 함께 길러 주어야 한다. 아울러 주어진 일을 끝까지 완수하는 집념과 끈기도 길러 주어야 한다. 집념과 끈기를 가지고 노력하지 않고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요구하는 창의적 인재가 되기 어렵다.

당연히 가슴 뛰게 하는 꿈을 등대 삼아 즐거움 속에서 열심히 살아가도록 우리 아이들을 이끌어야 한다. 하지만 일본 여유교육의 실패를 교훈 삼아 현실을 직시하며 자신의 직업에 대해서도 동시에 고민하도록 진로교육을 시킬 때 기생충족의 비율을 그나마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박남기 전 광주교대 총장ㆍ대한교육법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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