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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때론 친구 같고, 때론 스승 같은 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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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때론 친구 같고, 때론 스승 같은 골프

입력
2019.06.25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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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를 치려면 대개 새벽부터 일어나 한 시간 정도 운전을 해서 골프장에 가야 한다. 무려 4시간 넘게 시간을 쏟아 부으면서 하얀 공 하나를 아주 작은 홀에 넣으려고 노력한다. 라운딩을 하고 난 뒤에는 ‘다시는 골프 안 친다’고 수없이 되뇌지만 며칠 후면 주말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사람마다 골프를 하는 이유가 다양하다. 직장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일이 끝나기도 전에 실내 연습장으로 퇴근 준비를 하는 골퍼부터 시합에서 이기려고 필승의 각오로 연습장에서 밤늦게까지 고민하는 골퍼까지, 다들 나름의 이유가 존재한다.

내가 골프를 치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그곳에 가면 세상의 모든 진리와 인생의 참된 가치를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나에게 골프장은 분노가 치밀어 올라 도저히 절제되지 않을 때, 날 위로해주는 아내 같은 존재이고 소주잔을 기울이며 세상 푸념을 말없이 들어주는 오랜 친구 같은 존재다. 또 미스 샷이 나서 클럽이 부러져라 땅을 내리칠 때도 늘 그 자리에서 같은 모습으로 날 기다려주는 고향집 어머니와 같은 존재이다.

바람이 세차게 불면 바람과 힘들게 싸우지 말라고 충고도 해주고 그 바람을 피해가거나 이용하는 방법과 지혜를 가르쳐 주기도 한다. 뒷땅을 치고 나서 버디를 선물로 받는 경우에는 성공만 있는 인생보다는 좌절이 있은 후의 삶이 더 멋지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물이나 벙커 같은 장애물을 무리하게 넘기는 것보다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안전하게 돌아가는 방법이 있고, 페어웨이가 평탄한 곳과 경사지고 가파른 곳이 있는 것처럼 우리 삶도 마찬가지라는 평범한 진리도 가르쳐 준다.

공이 나무 밑에 들어가 있거나 아주 깊은 러프에 있더라도 부정적이고 소극적인 자세보다는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샷을 한다면 결과는 중요한 요소가 아님을 일깨워 준다. 자기 스스로 점수를 계산해서 제출해야 하는 유일한 스포츠인 골프는, 스스로 심판이 되어서 벌타를 부과함으로서 정직함의 중요성을 되새겨 준다.

라운딩 도중 누군가의 멋진 스윙을 따라 하면 감당할 수 없는 엄청난 스코어로 교훈을 주는 것처럼 남을 흉내 내면서 거짓으로 살지 말고 진솔한 내 인생을 살라는 훈수를 두기도 한다.

골프샷은 단순하고 부드러워야 한다. 프로들의 스윙은 거침이 없고 마치 흐르는 강물처럼 우아하다. 복잡한 스윙 개념을 머릿속에 두고 매번 그 샷을 생각한다면 결코 강물처럼 우아한 스윙은 나오지 않는다. 나는 군더더기 없이 강물처럼 흐르는 스윙을 만들어 가기 위해 오늘도 골프장을 찾는다. 담백한 스윙을 닮은 삶을 꿈꾸면서. 삶이 골프를 통해 완성되어 가는 것이라 믿는다.

김준배 2018 미(美)중서부 PGA 올해의 교습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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