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4당 “더는 못 기다려” 바른미래 주도 임시국회 소집
법사위원장ㆍ예결특위위원장 모두 한국당… ‘빈손’ 가능성
바른미래당이 총대를 메고 자유한국당을 뺀 나머지 3당이 가세하는 형식으로 국회가 개문발차했다. 여야 4당은 17일 세 달간 이어진 국회 파행을 매듭짓기 위해 6월 임시국회를 단독 소집하기로 했다. 지난달 19일 교섭단체 원내대표가 국회 정상화를 위한 ‘호프타임’을 가진 지 29일 만이다. 한국당이 협상 때마다 새로운 안을 제시해 합의에 이루지 못한 만큼 국회 정상화에 대한 의지가 없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국회 관례상 제1야당인 한국당의 협조 없이는 법안 처리가 어려워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당장 추가경정예산안은 심사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여야 4당은 우선 국회를 열고 한국당의 복귀를 촉구한다는 입장이지만, 한국당의 거센 반발로 대치 국면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단독 소집의 칼을 뺀 건 거대양당을 중재해 온 바른미래당이었다. 바른미래당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단독소집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한국당과의 협상이 무의미하다고 보고, 국회를 열라는 민심을 외면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은 지난 16일을 국회 정상화 협상의 마지노선으로 잡았지만, 한국당이 ‘경제실정 청문회’를 새 조건으로 내걸면서 합의는 무산됐다.
민주당은 바른미래당 내 논의 결과를 지켜본 뒤 단독소집 절차에 들어갔다. 이해찬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한국당한테는 퍼블릭마인드를 전혀 느낄 수 없다. 오늘 이것으로 (협상은) 끝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인영 원내대표도 “더는 기다릴 이유가 없다. 경제청문회는 처음부터 협상 대상이 아니었고 일종의 반칙”이라고 지적했다.
여야 4당과 무소속 의원 등 98명은 두 당의 의총이 끝난 뒤 소집요구서에 서명하고 국회에 제출했다. 임시국회를 열기 위해선 소집요구서에 재적 의원 4분의 1 이상(75명)이 서명해야 한다. 이에 따라 6월 국회는 사흘 뒤인 20일부터 열리며, 이낙연 국무총리의 추경안 시정연설을 시작으로 일정에 돌입한다. 정춘숙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국회의장에게 요청해 총리가 시정연설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21일 정도면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이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는 11개 상임위원회를 열어 법안 심사에도 착수할 예정이다.
그러나 최악의 경우 한국당의 반대로 단 1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한 채 문을 닫을 수 있다. 법안을 본회의에 올리려면 법제사법위의 처리가 필요한데, 법사위원장은 한국당이 맡고 있다. 추경안을 심사할 예산결산특위 위원장도 한국당 소속인데다, 예결특위는 위원들의 임기가 지난달 말로 종료된 상태다. 추경안 심사를 위해선 기존 예결위원들의 임기를 연장하거나, 다시 구성해야 한다.
여야 4당은 계속해서 한국당을 설득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이 단독소집을 당론으로 채택하지 않고 소집요구서 서명을 의원 개인에게 맡긴 것도 한국당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국민 여론을 통해 한국당이 국회 들어올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한국당에선 국회 등원을 거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아 국회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법안 철회, 경제청문회 개회 등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한 등원은 없다는 입장이다. 황교안 대표는 “국가와 국민을 지키기 위한 투쟁은 쉽게 양보할 수도, 함부로 물러설 수도 없다”며 강경대응을 시사했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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