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제국주의 하청경제 이식하면 우리 사상ㆍ제도까지 말아먹게 돼”
과학 기술을 활용하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무역이 차단돼도 자력으로 경제 건설을 이룰 수 있다고 북한이 관영 매체를 통해 인민들을 독려했다. 제재 지속을 통한 미국의 압박에 굴복할 뜻이 없음을 시사한 것이다. 더불어 비핵화 보상 방안으로 미국이 염두에 두고 있는 경제적 지원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의사도 분명히 했다. 개혁ㆍ개방이 체제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7일 ‘과학기술과 교육은 자력갱생대진군의 견인기’라는 제목의 개인 명의 논설에서 “자력갱생 대진군을 줄기차게 다그쳐나가자면 과학 기술과 교육 사업에서 끊임없는 전진 발전을 이룩해야 한다”며 왜 그런지를 설명했다.
신문은 “지금 에네르기(에너지)와 식량 문제를 풀고 원료, 자재, 설비의 국산화를 실현하는 것을 비롯하여 경제 건설에서 시급히 해결하여야 할 문제들이 적지 않다”며 “과학 기술을 중시하고 앞세워야 조성된 난국을 타개하고 인민 경제 전반을 빨리 활성화해 나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지난해 배출된 다수확 농장들이 과학 농사로 알곡 생산을 현저히 높였다는 사실을 거론하며 “현실은 과학 기술에 철저히 의거하면 현존 경제 토대와 잠재력을 가지고도 얼마든지 경제 건설에서 새로운 비약의 돌파구를 열어나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적대 세력들의 악랄한 반공화국 제재 봉쇄 책동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데에도 과학 기술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신문은 역설했다. 신문은 “지금 적대 세력들은 우리의 정상적인 무역 활동을 전면 차단하고 있으며 인민 경제 여러 부문의 생산 정상화와 인민 생활에 필요한 원료와 물자들을 들여오는 것마저도 가로막고 있다”며 “과학 기술을 발전시켜야 우리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우리 나라의 자원에 의거하여 해결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적대 세력들이 아무리 날뛰어도 발전된 과학 기술에 기초한 우리의 경제 건설은 절대로 가로막을 수도 지연시킬 수도 없다”고 강변했다.
미국의 비핵화 인센티브에 대한 거부감도 신문은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오늘 적대 세력들은 저들의 요구 조건을 들어주는 대가로 ‘경제적 보상’과 ‘지원’을 떠들며 개혁, 개방에로 유도하려 꾀하고 있다”며 “제국주의자들의 하청경제를 이식하면 일시 번성할 수는 있어도 경제적 자립성을 잃게 되고 나중에는 우리의 사상과 제도까지 말아먹게 된다”고 경계했다.
외세 의존 없이 경제 성장을 달성하겠다는 ‘포스트 하노이’ 노선을 재차 확인하기도 했다. 신문은 “자력갱생은 결코 정세의 요구나 전진도상에 가로놓인 일시적인 난관을 극복하기 위한 전술적인 대응책이 아니라 항구적으로 틀어쥐고 나가야 할 우리의 전략적 노선”이라며 “당의 품에서 자력갱생의 역사를 배우며 자라난 우리에게 있어서 자력갱생 외에 그 어떤 다른 선택이란 있을 수 없다”고 단언했다.
주민 대상 대내 관영 매체뿐 아니다. 같은 날 대외 선전 매체인 ‘조선의 오늘’도 ‘우리식대로 살아나갈 것이다’ 제하 글에서 “우리 식대로, 이것은 원수님(김정은 국무위원장)께서 지니신 확고부동한 신념이고 견결한 의지”라며 “어제 날과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영원히 ‘우리 식대로 살아나가자!’ 구호를 추켜들고 자력갱생의 혁명정신과 자력으로 사회주의 건설의 일대 전환기를 열어나갈 것”이라고 천명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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