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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이나 치우는 주제에 무슨 요구냐.”

광주에서 재가방문요양보호사(방문요양보호사)로 일하는 강복순(65)씨는 방문요양센터(센터)에서 이런 폭언을 들었다. 소속 요양보호사들을 4대보험에 가입시키지 않으려 월 59.5시간 근무로 계약하는 편법에 항의했더니 센터장이 퍼부은 폭언이었다. 월 60시간 미만 단시간 노동자는 4대보험 가입 대상에서 제외된다. 퇴직금, 연차수당 등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센터는 이를 악용하려 한 것이다.

수급자들의 지나친 요구도 강씨를 힘들게 했다. 퇴근하려는 강씨를 붙잡고 수급자가 먹을 ‘통닭 값’을 달라고 요구하는 보호자도 있었다. 돈을 주지 않자 그는 ‘돈을 주지 않으면 계약을 종료하는 것으로 알겠다’는 문자까지 보내왔다고 한다.

#인지능력이 있는 70대 편측 마비(몸의 한쪽 팔다리에 운동장애가 있는 마비) 남성을 9개월간 돌본 방문요양보호사 이모(57)씨. 시간이 흐르자 노인은 “안아보고 싶다” “손을 잡고 싶다”는 식의 말을 이씨에게 건네왔다. 깜짝 놀라 소속 센터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그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는 심드렁한 반응을 보일 뿐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장기요양보험 등급을 받은 노인들이 자신을 돌볼 센터를 선택할 수 있다 보니 해당 노인을 한 명이라도 더 유치하기 위해 센터는 방문요양보호사들이 겪는 문제에도 모르쇠로 나온 것이다. 또 다른 노인은 이씨에게 “내가 있어 당신에게 월급을 주는 것이니 월급을 받으면 나도 좀 달라”며 “전에 사람(방문요양보호사)은 5만원씩 나를 줬다”고 큰소리를 치기도 했다.

 
 ◇센터와 수급자 사이에서 ‘이중 갑질’ 시달려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주최로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재가요양서비스 노동실태 증언대회 및 토론회’에서 쏟아져 나온 방문요양보호사들의 하소연이다. 방문요양보호사는 혼자 일상생활을 수행하기 어려운 수급자 가정에 방문해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에 따라 활동한다.

노인 인구가 증가하고 장기요양보험 인증 기준이 완화되면서 요양보호사 수요가 늘었지만 이들의 처우 개선은 미진하다. 소속 센터로부터는 고용 불안정, 또 장기요양보험 수급자들로부터는 비인격적 대우라는 ‘이중 갑질’에 시달리고 있었다.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전체 요양보호사는 42만명에 달하고, 이 중 83%(34만6,149명)가 방문요양보호사다. 또 방문요양보호사의 90% 이상이 여성이고, 평균 연령은 58.9세일 정도로 50, 60대 중ㆍ고령 여성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요양서비스노동자의 표준임금은 시급 1만1,937원이지만 현실에서는 이에 미치지 못한 임금을 받는다. 김미숙 전국요양서비스노조위원장은 “지금도 요양보호사들은 최저임금밖에 못 받고 있다”면서 “정부의 표준임금에 맞춰 임금을 주는 요양기관은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센터가 요양보호사의 일하는 시간을 주당 15시간 미만으로 줄여 주휴수당과 퇴직금을 주지 않거나, 퇴직금을 받을 수 있는 기간인 1년이 되기 전에 해고하는 일도 빈번했다.

지난달 29일 광주시청 앞 광장에서 민주노총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 광주지부 회원들이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사람 바꿔달라’ 한마디에 즉시 해고도 

이들의 열악한 처우는 일부 센터가 일삼는 불안정한 근무 조건에만 그치지 않는다. 방문요양보호사들은 수급자인 노인의 가정을 찾아 직접 업무 지시를 받는다. 중ㆍ고령 여성이 홀로 사적이고 폐쇄적인 공간을 방문해 일하다 보니 성희롱ㆍ성추행, 폭력 등에 노출되기 쉽고, 업무 외 일을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 경기 화성에서 일하는 2년차 방문요양보호사 A씨는 “(수급자가) 텃밭 농사를 짓는데, 텃밭에서 상추를 따기 시작해 이젠 어르신과 함께 농사를 짓는다”며 “배추 수확 후에는 딸과 며느리에게 보낼 김장을 같이 했다”고 털어놨다. 같은 지역의 5년 차 방문요양보호사 B씨는 “1주에 2회 이상 애완견 목욕을 해달라고 해서 개똥 치우기, 개 먹거리 준비 등을 어르신 케어와 더불어 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부당한 처우에도 문제 제기는 쉽지 않다. 노인이나 보호자가 요양보호사가 소속된 센터에 “사람을 바꿔달라” 한마디만 하면 즉시 ‘해고’되는 시스템이다 보니 업무 외 일이라고 해서 거부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시장에 내맡겨진 한국의 장기요양보험제도를 정부 등 공공 영역에서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장기요양보험제도 재정은 공적 자금으로 운영되지만 개인 사업자가 운영하는 요양기관의 비율은 80% 이상이다. 전문가들은 이로 인한 소규모 영세 재가요양기관 난립을 서비스 관리 미비, 노동법 위반 등의 문제점이 나타나는 대표적 이유로 꼽았다.

구미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장기요양제도에 미치는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서비스 제공이 민간에 위탁돼 노동법 상 사용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정부가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백경흔 이화여대 여성학 강사는 "이러한 문제를 예방하는 현실성 있는 매뉴얼과 지침을 노동자뿐만 아니라 서비스 이용자와 서비스 제공 기관을 위해 만들어 사전에 교육을 시켜야 한다”며 “수급자와 요양보호사 사이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실질적인 해결 방안도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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