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북단체, 북한 관계자와 회동… 대북 제재 무관한 방역 물자 지원 의사 밝혀
17일 강원 양구군 농업기술센터에서 열린 2019년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가상 방역훈련(CPX)에서 관계자들이 돼지 살처분 방법을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민간단체를 통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남북 방역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17일 알려졌다. 당국 간 채널을 통한 제안에도 소득이 없자 우회로로 접근하는 모양새다. 정부는 소독약 등 관련 물자 지원에 대한 합의가 민간 차원에서 이뤄지면, 이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사실상의 1.5트랙(반관반민) 식 접근법을 구사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북한이 ‘자강 우시군 협동 농장에서 ASF가 발생했다’고 보고한 이후, 관련 논의가 국내 대북민간단체와 북한 간에 이뤄지고 있다. 북측에서는 민족경제협력연합회, 민족화해협의회가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국내 한 대북 민간단체는 이달 5일 중국 선양(瀋陽)에서 북측 관계자와 만나 현 상황을 청취하고, ASF 남하 방지를 위한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대북제재와 무관한 물자를 북한에 전달하겠다는 의사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도 남한과 협력해야 한단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방식의 지원을, 언제 받기를 원한다는 식의 구체적인 답변을 북한이 하지는 않은 상태다. 다만 해당 단체는 북한이 최종 결정을 내리는 즉시 물자를 보낼 수 있도록 정부와 협의 상황을 공유하며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도 민간단체가 북측과 합의서를 체결할 경우, 이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민간 차원에서 관련 사업을 진행할 경우 사업 범위와 규모가 작고 ASF 방역 협력을 계기로 남북 당국이 접촉면을 확대하는 부수적 효과도 거둘 수 없지만, 상황의 시급성을 고려할 때 북한 반응을 이끌어낼 수만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정부 관계자는 “민간 차원에서 제재에 걸리지 않는 물자를 전달하는 데 대한 합의를 체결하면 정부가 (지원을) 검토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현재로선 정부가 민간단체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정부는 지난달 31일 ASF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 지원 등 협력 의사를 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북측에 전달했지만, 3주 가까이 별다른 답변을 받지 못했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돼지열병과 관련, 북측으로부터 특별한 반응을 아직 얻지 못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협력 의사를 밝힐 것에 대비, 정부는 진단 장비, 키트, 소독약 등 필요한 물품을 구비하는 한편, 조속한 물자 전달이 이뤄질 수 있도록 미국 등 국제사회와도 긴밀하게 협의 중이다. 아울러 접경지역 방역 작업도 철저히 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전날 강화, 옹진, 연천, 파주 등 특별관리지역으로 선정한 14개 시ㆍ군을 대상으로 한 긴급방역조치가 5~14일 진행됐다고 밝혔다.

북한은 내부 매체를 통해 ASF 실태와 증상의 심각성을 알리고 있다. 또 ASF가 자강 외 지역으로 확산했을 가능성도 시사했다. 12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방역이자 생산’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비상 방역 표어 게시, 외부 인원 차단, 수송 수단 및 돼지 우리 소독 등 ASF 전파를 막기 위한 대책이 전국적으로 세워지고 있다고 전했다.

10일 북한 평양 룡성구역에 있는 농업연구원 산하 수의학연구소 연구원들이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관련 검사를 하고 있다. 평양=AP 연합뉴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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