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17일 국회를 찾아 여야의 무능을 싸잡아 꼬집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ㆍ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면전에서 비판을 받고도 제 말만 반복했다.
박 회장은 경제활성화와 규제개혁 법안 통과를 촉구하기 위해 여야 5당 원내대표를 차례로 만나 각 당에 같은 메시지를 전달했다. 박 회장은 “살아가기 팍팍함은 기업과 국민 모두 마찬가지로, 오랜 세월에 걸쳐 서서히 골병이 들고 있다”며 “정치가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실적이 안 좋은 기업도 고통이고, 심해져 가는 양극화 속의 가진 것 없는 국민들도 고통”이라면서 “이것은 여야 한쪽의 승패로는 결론이 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격랑 속에서 흔들리는 처지의 기업들은 누구에게 하소연 해야 하나 정말 참담하기 짝이 없다”며 “이제 장소가 어디가 됐든, 주제가 무엇이든 또 대화의 방식이 무엇이든 (여야가) 대화하고 조금씩 양보하셔서 저희가 처한 경제 현실을 좀 이끌어 주셨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박 회장은 개인정보 규제 완화와 탄력근로제 개선 등 경제활성화 입법 과제를 정리한 책자를 각 당에 건네 기업들의 절박한 분위기를 전했다. 그의 국회 방문은 20대 국회 들어 11번째다.
여야는 그러나 원론적 입장만 밝히거나 경제 입법이 중단된 책임을 상대 당에 돌리는 데 그쳤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박 회장에게 “이런 중요한 시기에 국회가 멈춰 주요 경제활성화 법안을 처리하지 못하는 점을 안타깝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그 어느 때보다 기업과 정부, 정치권이 긴밀히 협의하고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 반기업 정책, 포퓰리즘 정책이 경제를 어렵게 하고 있다”면서 “그런 의미에서 경제전반을 진단해보자는 경제청문회를 실시해야 한다”고 여당을 겨냥했다.
박 회장은 원내대표 릴레이 면담 후 기자들을 만나 “어느 당이든 찾아 뵈면 최선을 다해 도와주겠다는 말씀을 하신다”며 “도와주는 움직임은 기업 입장에서 전혀 감지가 안 돼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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