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층 위주 유럽과 대조적… “미래 관객 확보” “경제활동 전념하면 지속 불가” 
해외 유명 연주자들은 한국에 올 때마다 '한국의 젊은 관객들'에게 놀라곤 한다. 한국의 클래식 청중은 해외에 비해 정말 젊을까. 게티이미지뱅크

현악4중주단 벨체아 콰르텟은 ‘가장 완벽한 콰르텟’이라 불린다. 영국 런던 왕립음악원에서 함께 공부한 바이올리니스트 코리나 벨체아와 비올리스트 크시슈토프 호젤스키가 주축이 돼 1994년 창단했다.런던 위그모어홀, 오스트리아 빈 콘체르트 하우스 등 유명 공연장의 상주단체로 활동했고, 그라모폰상, 디아파종 황금상 등 주요 음반상도 휩쓸었다. 하지만 이들은 재작년에야 한국 무대에 처음 올랐다.다음을 기약할 수 없었던 벨체아 콰르텟의 내한 공연이 9월에 또 이뤄진다.연주자들이 첫 내한 때 한국에 빠져버렸기 때문이다. “우리가 입장했을 때 환호하며 웃어주던 관객들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었다. 한국에서 부른다면 언제든지 올 거다. 시간 제한만 없다면 앙코르를 끝까지 하고 싶었다.” 공연기획사인 목 프로덕션 관계자가 전한, 벨체아 콰르텟의 내한 후일담이다.

해외 유명 연주자들은 한국에서 가장 인상 깊은 것으로관객을 꼽는다. 이들은 록 밴드 콘서트장을 방불케 하는 한국 청중의 열정적 반응에 매혹되곤 한다. 열띤 반응의 중심엔 ‘젊은 관객’이 있다. 지난달 6년 만에 내한한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는 “한국은 클래식 공연장에서 젊음을 느낄 수 있는 특별한 나라”라며 “다른 나라의 클래식 공연장에는 한국만큼 젊은 관객들이 없기 때문에 한국에 방문할 때마다 큰 힘이 된다”고 했다. 러시아 마린스키 극장의 예술감독인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는 “미국엔 좋은 공연장이 많지만 관객 연령대가 높은 반면, 한국은 높은 티켓 값에도 젊은 관객이 많이 보인다”는 소감을 전했다.

해외 공연장들을 두루 다녔던 음악평론가, 클래식 기획사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한국 관객은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현저히 연령대가 낮다. 황장원 음악평론가는 “일본만 해도 공연장에는 중년 이상의 고령층이 많은데 우리나라는 20, 30대가 많이 보인다”며 “외국 연주자들이 보기에 신기한 현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수치도 젊은 관객의 높은 비중을 보여준다.지난해 티켓예매사이트 인터파크를 통해 클래식 공연 티켓을 구매한 사람 중 10~20대는 20.9%, 30대는 32.9%로 40대 미만이 절반 이상이었다. 50대 이상의 장년, 노년층은 12%였다. 반면 영국 예술위원회(영국 예술시장을 개발하고 후원하는 민간단체)가 2014년 4월부터 2016년 3월까지 클래식 공연장의 티켓 구매 청중을 분석해 2017년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31세 미만은 7%에 불과했다. 41~60세가 42%, 61세 이상이 37%로 국내 청중 연령대와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클래식 음악계 한 관계자는 “미국 뉴욕 메트오페라도 이사회를 따로 소집할 정도로 관객이 줄고 있는데, 노령인 관객들이 사망하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에 젊은 관객이 있다는 건, 일정 기간 관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클래식 음악에 대한 인식 차이를 이유로 들기도 한다.서구에서는 클래식 음악이 오래 전부터 이어져 온 자신들의 전통음악이라 중ㆍ장년층이 즐기는 장르로 인식되지만, 한국에서는 하나의 음악 취향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이다. 노승림 음악평론가는 “해외에서는 클래식 음악이 연금을 받으며 여유롭게 지내는 노년의 여가로 여겨지지만 한국에서는 자신의 독특한 취향을 반영하는 하나의 음악 장르로 자리잡은 듯하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고전 발레 작품에는 나이든 관객이 많은 반면 현대무용 공연에는 젊은 관객이 더 많은 것도 비슷한 경우다.

피아니스트 손열음, 김선욱, 조성진, 선우예권 등 젊은 스타 연주자들이 잇달아 나오며 젊은 관객층을 넓혔다는 분석도 있다. 황장원 음악평론가는 “조성진과 같은 젊은 아티스트들이 꾸준히 화제가 되면서 젊은 청중들이 공연장으로 유입됐다”며 “국내에서는 새로운 청중 확보에 주안점을 둔 공연 기획사들이 기획 공연들을 내세운 점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젊은 관객의 유입은 긍정적이지만,이들이 경제활동과 가정생활로 클래식 관람을 중단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학생을 비롯한 젊은층에 티켓 가격이 여전히 부담스럽다는 점도 시장 확대에 걸림돌이다.노령 관객이 많은 유럽, 미국의 극장들은 노인 할인뿐 아니라 젊은 관객 유치를 위해큰 폭의 학생 할인 제도가 마련돼 있는 것과 대조된다. 노승림 음악평론가는 “학생 할인이 좀 더 확대될 수 있도록 문화 정책을 여가 정책 차원에서 마련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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