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네트워크 불시단속 옥죄기
지난 4월 중순 이후 약 두 달 동안 중국 전역에서 탈북자 30명이 체포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17일 로이터통신은 최근 중국 당국의 탈북자 단속이 삼엄해지고 있다면서, 탈북자 가족과 관련 단체들을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체포된 북한 주민들이 아직 추방(북송)된 정황은 없으나, 어떤 상황에 놓인 것인지도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는 상태다.
로이터는 탈북자 단체 활동가들을 인용해 최근 중국에서 벌어진 일련의 불시단속으로 인해 브로커, 지원 단체, 중간책 등을 포함하는 비공식적인 탈북 네트워크가 활동에 방해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활동가들은 최근 중국 당국이 벌인 단속 대부분이 탈북자가 자주 체포되는 북한 국경의 ‘레드존’에서 벌어졌으며, 안전가옥 두 곳까지 단속 대상이 됐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용화 탈북난민인권연합 대표는 로이터 인터뷰에서 “단속이 심하다. 안전가옥 급습은 지금까지 두세 번 본 것이 전부일 정도다”라면서 최근의 단속 경향이 예외적이라고 설명했다. 탈북민 구출사업을 오랫동안 해 온 갈렙선교회의 김성은 목사는 “북한의 경제난이라든지, 대규모 탈북민 유입 가능성에 대한 중국 당국의 우려 등 여러 요인이 체포 증가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로이터에 설명했다.
김 목사는 이어 1990년대 북한에서 대규모 기근이 발생했을 당시 50만명 이상의 탈북자가 중국으로 향했던 사례를 언급하면서 “(최근의) 체포는 중국 당국이 이런 사태의 재발을 막고자 하는 의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추정했다.
로이터는 우리나라 당국 통계를 인용, 실제로 중국 당국에 의한 탈북자 체포가 증가하는 추세인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2011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우리나라에 도착하는 북한이탈주민의 수가 줄고 있다는 것이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이탈주민 입국인원은 2011년 2,706명에서, 지난해에는 1,137명으로 감소했다.
로이터는 이러한 입국인원 감소세가 부분적으로 북한과 중국 당국의 강화된 보안과 단속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부산하나센터장을 맡아 온 강동완 동아대 교수는 로이터에 “지난 1년간 북중 국경에서 더 많은 감시카메라와 초소가 확인되고 있다”면서 “김정은 위원장의 정책이 탈북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으며, 이런 변화는 중국 내 강력한 단속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탈북자 지원 활동가는 자신의 단체 네트워크는 아직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네트워크가 표적이 되고 안전 가옥들까지 습격당하는 상황에 걱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용화 대표는 최근 벌어진 일련의 단속 탓에 중국 당국이 북한 정보 당국의 도움을 받아 탈북 네트워크에 침투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면서 "다른 조직은 몰라도 지금 우리 단체에서는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다. 움직이는 사람은 다 잡히니까 말이다”라고 말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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