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구청장 집무실에서 본보와 인터뷰 중인 정순균 강남구청장. 서재훈 기자

정순균(68) 강남구청장의 집무실에는 ‘주민만 바라보는 행정’을 상징하는 특별한 책상이 있다. 직원들과 친밀한 소통을 위해 직접 디자인한 반원형 책상이 바로 그것이다. 1m도 안 되는 거리에서 직원들과 눈을 마주 보며 대화하는 과정에서 업무는 물론 상대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진다고 한다.

이런 섬세함의 배경에는 정 구청장이 입버릇처럼 이야기하는 ‘품격 강남’이 자리잡고 있다. 대한민국 기초단체의 대표 브랜드인 강남구의 국제도시의 위상을 다지는 것이야말로 한국의 격을 높일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지난해 7월 취임한 지 1년을 앞두고 최근 가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품격은 멀리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미세먼지를 줄이고 골목길을 깨끗하게 하는 기본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품격의 시작이라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보수정당 아성인 강남에 민주당 출신으로 처음 당선됐다. 소회가 남다르겠다.

“구청장은 보수나 진보 등 정치적 성향에 좌우되는 정치가가 아닌 행정가다. 구민들이 편안하게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을 영위하도록 도와주는 집안에서 어머니 같은 역할이다. 선거 때 내세운 게 ‘품격 강남’이었다. 일등 도시다운 면모를 갖추는 게 품격 강남이다. 길거리에 담배꽁초가 널브러져 있고, 가로수가 말라 죽는 건 강남답지 않은 모습이다. 나름대로 지난 1년이 품격 강남을 만들어 가는 원년이었다고 생각한다.“

-취임 후 주민들과 활발하게 소통하고 있다는데.

“우선 주민 친화적인 공간을 조성했다. 구청 1층 민원실을 완전 리모델링해 주민들이 언제든지 쉽게 방문하고 민원실 한쪽에서 공연이나 토크쇼 등 재능을 뽐낼 수 있는 공간으로 변모시켰다. 올 하반기 정식 운영에 들어가는 ‘더 강남’이라는 앱을 만들어 주민과의 활발한 소통 수단으로 삼으려고 한다. 내 집 앞 미세먼지 농도부터 먹을거리 정보, 관광 정보 등 생활과 밀접한 정보를 ‘더 강남’을 통해 얻을 수 있다.“

-최근 강남권 광역복합환승센터 설립이 승인됐지만 당초 계획됐던 고속철도가 빠졌다.

“당초 계획은 수서역까지 들어온 고속철도가 영동대로 지하의 삼성역을 거쳐 의정부까지 가는 노선이었다. 국토교통부에서 경제적 타당성 조사를 해 봤더니 비용 대비 편익(B/C)이 낮게 나왔다. 그래서 일단 고속철이 제외됐다. 하지만 남북평화 시대, 30~50년 뒤 유라시아 철도까지 연결되는 미래를 대비해 최소한 삼성동까지 고속철은 들어와야 한다. 국토부와 서울시, 국회를 설득하겠다. 노력 여하에 따라 삼성역까지의 고속철도 연계는 가능하다고 본다.“

-광역복합환승센터 외에도 대규모 개발사업이 많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삼성동 옛 한국전력 부지에 짓는 신사옥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가 올해 말 착공한다. 층수는 105층이지만 높이는 569m로 잠실롯데월드(123층ㆍ555m)보다 14m가 더 높은 그야말로 대한민국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된다. 수서역 역세권 종합개발은 토지와 주민들에 대한 영농 보상이 이뤄지는 중이다. 내년 초 착공 계획인데 수서 역세권이 개발되면 수서역을 낀 블록 전체가 아파트, 상업지역, 주민 커뮤니티 시설을 총망라한 신도시가 하나 생긴다고 보면 된다. 구룡마을은 도시개발 실시계획 인가 심의 단계로 실시계획 인가가 떨어지면 곧바로 토지 보상이 이뤄진다. 모든 개발사업들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4, 5년 후 강남 전역이 천지개벽하는 수준으로 변할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강남과 강북 균형 발전 계획에 대한 생각은?

“강북이 강남에 비해 주거ㆍ교통ㆍ교육 인프라 발달이 늦어 강북도 균형 발전을 해야 한다는 취지는 공감한다. 하지만 강남의 것을 빼내 강북에 끼워 넣는 식의 발전은 조금 문제가 있다. 강북은 강북대로 발전시켜야 한다. 강남구는 국제 도시로, 중국 베이징, 미국 뉴욕 등 국제 도시와 경쟁해야 하는 상징성이 있다. 낙후된 강북을 발전시키면서 강남은 특화된 발전 전략으로 국제도시로서의 경쟁력과 위용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구 내 노후 아파트들이 많아 재건축사업이 추진 중인데, 서울시는 집값 안정을 위해 재건축을 억누르는 경향이 있다.

”현재 강남에서 51개 재건축사업이 진행 중이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집값 안정이라는 거시적인 측면에서 접근하지만 주민들은 주거 복지 차원에서 접근할 수밖에 없다. 지어진 지 40년이 다 된 은마아파트는 수도꼭지에서 녹물이 나오는 등 열악한 여건에서 지낸다. 아파트의 재산 가치 측면도 무시 못한다. 이런 관점의 차이 때문에 주민들이 원하는 만큼 속도가 안 나고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시기가 늦어지더라도 강남 아파트 재건축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강남 상권의 상징이었던 가로수길이 젠트리피케이션 등으로 침체를 겪고 있다.

“과거 활성화됐던 지역들이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명성을 잃으면서 손님들이 줄고 있다. 강남은 가로수길, 로데오거리가 대표적이다. 가로수길을 다시 활성화하기 위해 건물주의 동의하에 지구단위 계획을 통해 특별가로구획으로 지정할 필요가 있다. 건물 4, 5층 높이에 ‘스카이 로드’를 연결해 명소로 꾸며 소비자들의 발길을 돌릴 것이다. 건물주와 상인 간 협약을 통해 임대료 인하를 유도하는 것도 명성을 되찾는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2017년 강남구 합계출산율이 0.706명으로 서울시 자치구 중 최하위 수준이다. 출산율 장려 정책은.

“전국 평균 0.98%보다 많이 낮다. 원인을 따져 보면 육아ㆍ돌봄ㆍ교육 때문에 출산율 연령대인 부모들이 강남에서 출산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강남 특징이 집값이 비싸다. 그래서 신혼부부들이 오기에는 부담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산율 진작을 위해 현행 첫째 20만원, 둘째 50만원, 셋째 100만원, 넷째 300만원인 양육 장려금을 내년에 50~100% 증액하려고 한다. 현재 58곳인 국공립 어린이집은 2023년까지 70개로 늘릴 것이다.”

-청담역 미세먼지 프리존에 대해 설명하자면.

“청담역 내부를 미세먼지가 없는 지역으로 만들겠다는 사업이다. 청담역 지하 공간이 경기고 네거리부터 우리들병원까지 650m로 굉장히 길다. 지하역 내부에 상가도 없다. 이런 여건을 활용해 미세먼지가 많을 때 주민들이 지하로 들어가 휴식과 운동을 통해 힐링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꾸자는 개념이다. 지하역 공간을 리모델링해 조경하고 미세먼지 없는 공기 청정기를 설치하면 봄이나 여름철 미세먼지가 심할 때 미세먼지 프리존에서 깨끗한 공기를 마시며 휴식을 취할 수 있다. 11월 완공이다.”

-지난해 서울시 가로ㆍ골목길 청결 상태 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 강남구만의 비결이 있는가.

“청소를 열심히 한다.(웃음) 다른 구청과 달리 쓰레기통을 많이 설치했다. 최근에는 이면도로 음식점 골목에 담배꽁초 전용쓰레기통을 만들었다. 포켓용 쌈지를 만들어 주민들에게 나눠 주기도 했다. 담배꽁초가 나오면 자기 주머니에 넣어 담배꽁초가 떨어지는 걸 방지하는 목적이다. 현재 12대의 살수차와 미세먼지 흡입차가 있는데 20대로 늘렸다. 미세먼지 많은 날이나 거리에 쓰레기가 지저분할 때는 수시로 물을 뿌리고 청소를 열심히 한다.“

-앞으로도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어 보인다. 한마디 한다면.

“주민들이 변화를 원해서 민주당을 선택해 뽑았다. 주민 바람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품격 강남의 기반을 마련하고 싶다. 정치적 이념을 떠나 초심을 잃지 않고 열심히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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