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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성과급’ 지급해 일감몰아주기… 태광 19개 계열사ㆍ이호진 전 회장 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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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성과급’ 지급해 일감몰아주기… 태광 19개 계열사ㆍ이호진 전 회장 고발

입력
2019.06.17 12:00
수정
2019.06.17 19:0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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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령·배임 등 경영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2018년 12월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서 열린 2차 파기환송심 1회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횡령·배임 등 경영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2018년 12월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서 열린 2차 파기환송심 1회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총수 일가의 회사로부터 김치를 고가에 사들인 뒤 직원들에게 현물 성과급을 지급한 태광산업, 흥국생명 등 태광그룹 계열사와 이호진 전 회장이 검찰에 고발됐다. 이 전 회장은 횡령ㆍ배임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태광그룹 소속 19개 계열사가 이 전 회장 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한 회사로부터 김치와 와인을 구매한 행위에 대해 공정거래법상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이익 제공 금지 위반 혐의를 적용해 과징금 21억8,000만원을 부과하고 관련 계열사 19개 모두를 검찰에 고발했다고 17일 밝혔다. 공정위는 이 전 회장과 김기유 그룹 경영기획실장도 같은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총수일가 회사 제품, 계열사에 할당판매

공정위에 따르면 태광은 그룹 최대주주 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한 티시스의 실적이 악화되자 티시스 사업부인 휘슬링락CC에서 김치를 제조해 계열사에 판매하기로 결정했다. 휘슬링락CC는 2014년부터 공정위 현장조사가 시작된 2016년 9월까지 매년 4월 알타리무 김치, 11월 배추김치를 생산한 뒤 각 계열사에 구매 수량을 할당했다.

각 계열사는 직원 복리후생비, 판촉비 등으로 김치를 사들인 뒤 직원들에게 성과급 등 급여 명목으로 지급했다. 이 과정에서 태광산업과 대한화섬 등 일부 계열사는 회사 손익에 반영되지 않는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사용해 김치를 사들인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태광은 이에 그치지 않고 회사 온라인 쇼핑몰 내에 직원 전용 사이트인 태광몰을 만들고, 각 계열사 임직원들에게 돌아가야 할 복리후생비 일부를 떼 김치구매 포인트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김치를 떠넘겼다.

휘슬링락CC가 각 계열사, 임직원들에게 판매한 김치 가격은 10㎏당 19만원으로 당시 시중에 팔리던 김치(1㎏당 6,100~7,600원)의 2.5~3.1배 수준이었다. 그룹 계열사들이 휘슬링락CC로부터 사들인 김치는 총 512.6톤, 거래금액은 95억5,000만원에 달한다.

태광은 이호진 전 회장의 부인과 딸이 소유한 와인유통회사 메르뱅도 비슷한 방식으로 지원했다. 그룹 경영기획실 차원에서 2014년 7월부터 각 계열사에 선물 제공 사안이 발생할 때 메르뱅 와인을 활용하도록 하고, 8월부터는 메르뱅 와인을 임직원 명절 선물로 지급할 것을 지시했다.

각 계열사들은 복리후생비로 와인을 사들였으며, 일부 계열사는 사내근로복지기금을 활용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경영기획실 지시라는 이유로 메르뱅이 제시하는 거래조건을 그대로 따랐다. 계열사들이 2014년 7월부터 2016년 9월까지 메르뱅으로부터 구매한 와인은 총 46억원어치다.

◇경영권 승계 활용 의혹도

그룹 계열사들이 김치와 와인을 사들인 대가는 이 전 회장과 가족들에게 돌아갔다. 계열사들의 김치 구매를 통해 휘슬링락CC가 챙긴 이익은 25억5,000만원, 와인 구매를 통해 메르뱅에 돌아간 이익은 7억5,000만원에 달했다. 더구나 공정위 조사 직전까지 계열사가 사들인 김치와 와인 구매물량은 늘어나는 추세였다. 공정위는 이 이익이 당시 두 회사의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이 전 회장과 가족들에게 배당, 급여 등의 형태로 고스란히 돌아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이 전 회장 일가는 티시스와 메르뱅 보유 지분을 계열사에 매각한 상태다.

티시스의 경우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인 뒤 경영권 승계에 이용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현재 태광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티알엔은 지난해 4월 티시스가 인적분할을 통해 설립한 회사다. 티알엔의 최대주주는 이 전 회장(51.83%)이며 아들인 이현준씨(39.36%) 등 가족 지분을 더하면 93.67%에 달한다. 남은 지분도 계열사(태광산업, 티시스)와 그룹 내 비영리법인(일주세화학원, 일주학술문화재단)이 전량 보유하고 있다.

김성삼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기업집단 내 계열사들이 동일인을 정점으로 일사불란한 지휘체계 아래에서 부당 이익을 제공하는 데 동원된 사례”라고 말했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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