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송중씨, 교목 없던 모교에 은행나무 기증
최근 전남 장성군 북이면에 위치한 백암중 교사와 학부모들은 숙원 하나를 이뤘다. 그간 휑하던 교정에 아름드리 은행나무 한 그루를 심은 것이다. “학교에 나무 한 그루 심은 게 뭔 대수냐”고 하겠지만 학교가 처한 상황은 그렇지 않았다.
백암중은 전남 최초 기숙형 공립학교다. 이 학교는 1970년 3월 개교한 장성 북중학교 터에 인근 신흥중, 약수중과 통폐합하면서 2015년 3월 지금 이름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개교 당시 교사(校舍)와 기숙사도 새로 지었다. 문제는 공사 과정에서 긴 세월 학교를 지켜왔던 나무들이 대부분 베어져 나간 것이다. 특히 학교를 상징하는 교목(校木)으로 은행나무가 선정됐지만 교정 어디에도 없었다. 학교는 학생들이 견실(堅實ㆍ인격이나 품성, 학식, 재질이 높고 빼어나다)하고, 고매(高邁ㆍ하는 일이나 생각, 태도도 믿음직스럽게 굳고 착실하다)하길 바란다는 의미를 은행나무에 담았다. 그러나 학교 측은 개교 이후 은행나무를 구하지 못해 애를 태웠다. 동문 등을 통해 후원자를 찾았지만 선뜻 나서는 이가 없었다. 그렇게 뭔가 채워지지 않은 헛헛함은 계속됐다. 그러던 중 이런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 들은 1979년 북중 졸업생 류송중(57)씨가 “그럼 내가 기증하겠다”고 나섰다. 태양광발전 관련 사업을 하고 있는 류씨는 동문들의 기증 제의를 흔쾌히 수락하고는 수소문 끝에 장성군 북이면 신평마을 분재원에서 둘레 1m, 높이 8m에 달하는 은행나무 한 그루를 500만원에 구입하고 지난 14일 학교에 옮겨 심었다. 류씨는 식수식과 함께 후배들을 위해 써달라며 장학금 200만원도 내놓았다. 류씨는 “모교에 학교를 상징하는 교목이 없다는 얘길 듣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며 “후배들이 보다 나은 교육환경에서 교목인 은행나무처럼 넉넉한 인재로 성장해 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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