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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자치-독립 기로의 그린란드(6.21)

입력
2019.06.21 04:4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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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란드 자치 1주년인 2010년 6월 21일 그린란드 독립파 시민들이 국기를 흔들며 축하행사를 벌이는 모습. wikipedia.org
그린란드 자치 1주년인 2010년 6월 21일 그린란드 독립파 시민들이 국기를 흔들며 축하행사를 벌이는 모습. wikipedia.org

2008년 6월 21일, 덴마크령 그린란드가 자치권 확대를 위한 전체 주민투표를 실시했다. 완전 독립의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한 투표에 총 유권자의 72%인 2만8268명이 참여, 75.5%가 자치 확대에 찬성했다. 반대도 23.6%(6,663명)였지만, 그들이 반대한 건 엄밀히 말하면 자치권 확대가 아니라 궁극적인 독립이라 봐야 한다. 법적 구속력 없는 투표였지만 덴마크 의회는 이듬해부터 주민 의견을 존중, 외교와 국방ㆍ통화권을 제외한, 치안과 사법권, 해안 경비 수준의 제한적 지역방위권 등 자치를 대폭 보장했다. 그린란드는 덴마크어가 아닌 이누이트의 방언인 그린란드어를 공용어로 지정했고, 6월 21일을 자치 기념일로 선포했다.

이누이트와 바이킹의 오랜 터전인 광막한 얼음 땅 그린란드에 한스 에게데(Hans Egede)라는 덴마크 선교사와 모라비아 선교단이 정착한 것은 1721년이었다. 하지만 덴마크가 그린란드를 식민지로 지배한 것은 나폴레옹 전쟁 직후인 1814년부터다. 2차대전 중 덴마크가 나치에 점령되면서 주미 덴마크 대사는 미국과의 협정을 통해 그린란드의 방위 통제권을 미국에 이양했고, 미국은 1941년 4월부터 현지에 군 공항과 군사기지를 설치했다. 전후 미국은 알래스카처럼 그린란드도 사들이려 했지만, 덴마크가 거부했다. 그린란드는 북극권의 지정학적 가치 외에도 얼음층 아래에 묻힌 막대한 양의 석유와 희토류 등 광물자원의 보고다.

지구온난화로 얼음층이 얇아지면서 그린란드(의 자원)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커지기 시작했다. 이명박 정부가 ‘신 북방 이니셔티브’를 운운하며 눈독을 들인 것도 그린란드의 자원이었다. 한 해 정부 예산의 3분의 2를 덴마크 보조금으로 충당하는 그린란드 자치 정부 및 시민들이 그 돈을 포기할 각오로 자치 확대-독립을 주장해 온 배경에도 자원 개발을 통한 경제 다각화와 자립의 희망 혹은 자신감이 있다.

자치-독립에 반대하는 이들이 염려하는 것도, 덴마크 보조금을 잃은 뒤 닥쳐올 아직은 불안한 미래다. 2017년 주민투표 결과 주민 삶의 질 저하를 동반한 독립에는 78%가 반대했다. 한스 에게데 정착 300주년이 되는 2021년을 기점으로 완전 독립을 추진하던 그린란드 자치 정부 및 의회도 현재 잠시 주춤거리는 상태다. 최윤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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