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지숙 차의과학대 바이오공학과 교수
치매 치료제는 아직 개발되지 않았지만 운동과 식이요법 등으로 늦출 수는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평생 교육에 몸담으셨던 어머니가 어느 날부터 자주 화내고, 같은 말을 반복하기에 이상하다고 여겼다. 당신의 칠순 잔칫날 급히 화장실을 가다가 그만 큰 실수를 한 뒤 어린아이처럼 엉엉 우셨다. 평소와 완전히 다른 어머니의 모습에 가족들은 엄청난 충격에 빠졌다.

유례없는 빠른 고령화로 치매 환자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65세 이상 환자가 2017년 72만명에서 2024년 100만명, 2034년 150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한 조사 결과, 50대 이상에서 가장 두려운 질병이 암이나 당뇨병이 아닌 치매였다. 치매는 환자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에게도 고통을 주고 평생 앓아야 하기 때문이다. 치매 간병을 위해 직장을 그만두는 가족도 14%가 넘었다. 자식이 치매에 걸린 노모를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있었다.

치매가 어떻게 발병하는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올해 초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임상시험을 하고 있던 글로벌 제약사들이 치료제 개발을 포기했다. 치매 초기 증상을 완화하는 약도 혈관성 치매에는 효과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치매는 뇌 전체가 서서히 망가지기에 하나의 약물로 치료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원인도 밝혀지지 않는 데다 마땅한 약도 없기에 환자 가족들은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 간다.

이렇다 보니 치매 연구의 중심이 조기 진단과 예방법으로 옮겨지고 있다. 특히 저비용으로 주기적으로 측정 가능한 조기 진단법 개발과 정확한 진단이 가능한 바이오마커 발굴에 집중되고 있다. 더불어 뇌에는 신경 줄기세포가 살고 있는 두 부위(stem cell niche)가 있는데 이 부위를 자극하면 신경세포가 재생될 수 있다. 따라서 줄기세포와 줄기세포에서 나온 성장인자를 이용해 환자 뇌 스스로 신경세포를 만들 수 있도록 유도하는 치료제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를 이용해 치매 조기 진단법과 개인 맞춤형 치료제가 개발될 날이 가까워질 수도 있다.

치매 치료제는 없지만 예방에 도움을 주는 방법은 있다. 우선 규칙적인 운동이다. 미국치매연구·예방재단은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면 치매를 50% 정도 늦출 수 있다”며 “중간 강도의 운동을 한 주에 150분 이상 하라”고 권했다. 걷기나 수영, 근력운동, 요가, 태극권, 균형볼을 이용한 운동이 추천된다. 뇌에 무리 가는 과격한 운동(축구, 농구, 복싱)이나 뼈에 무리가 가는 운동(자전거나 스케이트 타기)은 삼가야 한다.

두 번째로 사회적 활동을 늘려야 한다. 퇴직 후 자원봉사 활동, 사회단체 가입, 지역사회센터나 노인센터 찾기, 체육관·노인대학 수업 참여, 전화·이메일로 자주 연락하기,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다른 사람과 연결하기, 이웃과 소통하기, 친구와 자주 만나기, 영화·공원·박물관 등을 활용하기 등이다.

세 번째는 건강한 식사다. 뇌신경은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고 염증이 지속되면 파괴된다. 이를 막기 위해 설탕을 줄이고, 콩·통밀·생선·올리브오일 등이 풍부한 지중해식 식단이 좋다. 트랜스 지방 섭취를 줄이고 오메가3를 먹는다. 항산화 작용을 하고 비타민이 풍부한 녹색 잎 채소, 브로콜리 같은 십자화과 식물을 먹으면 뇌신경을 보호할 수 있다. 유기농 우롱차는 하루 2~4잔, 커피는 1~2잔 정도 마시면 좋다.

네 번째는 뇌를 지속적으로 자극하는 것이다. 새로운 걸 배우고 이미 알던 것도 난이도를 높이며 계속 도전하면 좋다. 메모리게임, 퍼즐 등을 즐기자. 5W를 매일 연습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매일 경험한 일을 ‘누가(Who), 무엇을(What), 어디서(Where), 언제(when), 왜(Why)’ 목록을 써 보고 생각하고 시각적으로 떠올리면 신경이 계속 자극된다.

다섯 번째는 수면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잠을 자도 피곤하다면 수면무호흡증 여부를 확인한다. 규칙적으로 잠자고 일어나야 뇌에서 성장인자도 분비된다. 마지막으로 복식 호흡이나 명상, 기도 등으로 스트레스를 억제하는 힘을 기르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문지숙 차의과학대 바이오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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