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파 갈등 부각… 황교안, 청년ㆍ여성 등 외연확장 노력 가려질까 우려
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이 탈당과 대한애국당행을 공식 선언하면서 당내에서 한동안 가라앉았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슈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황교안 대표가 최근 중도층을 아우르는 외연 확장 행보에 나서는 가운데 탄핵 문제가 부각되면 한국당 쇄신에 걸림돌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홍 의원은 16일 통화에서 “애국당에서 신(新)공화당으로 당명 개정 작업이 완료되는 다음 주 중에 탈당계를 제출할 계획”이라며 “탄핵에 반대했던 의원들은 지금 한국당에서 살아 숨쉬기 힘든 상황으로 예비탈당자가 50여명 되지만 내년 총선 당선을 위해선 정치적 상황을 봐야 하기 때문에 지금 당장은 한국당에 있으라고 했다”고 밝혔다.
홍 의원은 전날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태극기집회에 참석해 “대한민국 대통령 박근혜와 함께 당당하게 청와대로 입성할 날이 멀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부터 여러분과 함께, 조원진 애국당 대표와 함께 그 일에 매진하겠다”며 탈당을 공식 선언했다. 애국당은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헌ㆍ당규 개정위와 당명개정위원회를 잇따라 열어 당명을 신공화당으로 바꾸고 조 대표와 함께 홍 의원을 공동대표로 추대할 방침이다.
다만 강성 친박인 김진태 의원은 물론 동반 애국당행이 거론된 인사들 모두 탈당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어 당장 추가 탈당은 없을 전망이다. 홍 의원의 탈당 배경을 놓고 “현재 사학재단 금품 문제 때문에 재판을 받아 내년 공천을 받기 어렵기 때문”으로 보는 시각(정두언 전 의원)도 적지 않아, 탈당 여파가 ‘찻잔 속 태풍’에 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이와는 별개로 당내에서 ‘박근혜’와 ‘탄핵’ 이슈가 재부상해 책임 공방으로 이어질 경우, 한동안 잠잠했던 친박ㆍ비박 계파 갈등이 본격화되면서 쇄신ㆍ통합 움직임에 적잖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8일간의 민생투쟁 대장정을 마친 황 대표가 최근 당내 지지기반이 취약한 청년과 여성을 비롯한 2040세대와의 접촉에 주력하는데 탄핵 이슈가 부각될수록 이 같은 노력이 가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당은 지난 2ㆍ27 전당대회 과정에서도 박 전 대통령의 옥중메시지와 태극기 부대의 세 결집에 당이 흔들리고 과거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일각에선 나경원 원내대표가 지난 13일 유튜브 채널 ‘펜앤드마이크’에 출연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던 선택에 아쉬움이 있다”고 발언한 것도 결국은 탄핵을 원천 부정하는 극우 보수세력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내년 총선에서 극우 보수세력을 대표하는 애국당과 통합을 의식한 발언으로 당 지도부조차도 그들에게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의미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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