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5년, 10년 안에 자기 포지션에서 최고의 자리에 있을 겁니다.”
정정용(50)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 감독은 16일 폴란드 우치에서 막을 내린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을 준우승으로 장식한 뒤 기자회견에서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정 감독은 “선수들의 발전하는 모습에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다”면서 “소속 팀에 돌아가면 분명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모습을 충분히 발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축구 사상 최고 성적표를 따낸 정정용호의 아이들은 ‘골짜기 세대’인줄 알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황금 세대’였다. 이번 대회 개막 전만 해도 이들을 향한 기대감은 낮았다. 2년 전 우리나라에서 열린 U-20 월드컵에서 백승호(지로나), 이승우(엘라스 베로나) 등이 포진했던 것과 달리 올해는 ‘막내’ 이강인(발렌시아)을 제외하고 특출 난 선수가 없었다.
대표팀 엔트리 21명 가운데 6명은 K리그 2부 소속이고, 2명은 대학생이었다. K리그 1부에 자리 잡은 선수는 조영욱(서울)과 전세진(수원) 정도였다. ‘거미손’으로 활약한 골키퍼 이광연(강원)은 아직 프로 데뷔전을 치르지도 못했다.
소속 팀에서 유망주 꼬리표를 떼지 못한 이들이 대부분이지만 ‘원 팀’으로 똘똘 뭉쳐 누구도 예상 못한 큰 일을 냈다. 선수 한 명에게 의존하는 축구가 아닌 팀워크로 움직였고, 정 감독의 변화무쌍한 전술을 스펀지처럼 흡수했다. FIFA 주관 대회 최초로 결승행을 이뤄내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우승하면 선수들에게 병역 혜택을 주자’는 글도 올라왔다.
현재 정부 차원에서 병역 특례가 검토되는 것은 없지만 이번 준우승으로 선수들은 한층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소속팀에서도 잠재력을 터뜨릴 이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줄 가능성이 크다. 이 기회를 잡을 경우 2020년 도쿄 올림픽(23세 이하)부터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23세 이하)까지 향후 3년간 대표팀에서 ‘황금 세대’가 다시 뭉치는 모습도 기대할 수 있다. 여기에 올림픽 3위,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어 병역을 스스로 해결하면 금상첨화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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