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정방식 손질 필요” 지적에 교육부 “학생 1인당 투자 늘려야”
학령인구가 급감하면서 교육부가 대응 방안 모색에 나선 가운데, 교육부 예산의 74%를 차지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산정 방식을 손질해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학생 수는 줄어드는데 교부금은 증가 추세라 학생 1인당 교부금이 늘어나고 있다는 이유다. 반면 교육당국은 학생 수가 줄어들수록 학생 1인당 투자는 늘려야 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17일 교육부에 따르면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12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지방교육재정전략회의에서 “저출산 기조에 따라 우리 교육운영에도 많은 변화가 불가피하다”면서도 “학령인구가 감소하니 교육 투자를 줄여야 한다는 식으로 효율성 논리로만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 논의된 고교 무상교육 재원 확보 방안과 관련해, ‘교육 예산은 학생 수가 줄어들고 교부금이 늘어나 여력이 있다’는 기획재정부의 논리를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시도교육감들은 이 자리에서 고교 무상교육의 안정적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선 내국세의 20.46%에 해당하는 지방재정교부금 비율을 올려야 한다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기재부는 학생 1인당 교부금이 2010년 450만원에서 지난해 940만원으로 늘어났다는 통계를 들며 교부금 비율 인상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이다. 교부금 총액이 증가 추세인데다 학생 수가 최근 8년간 약 23% 급감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지난해 세금이 많이 걷히면서 올해 교부금 총액은 55조2,488억원으로 전년 대비 5조7,081억원이나 늘었다. 이 때문에 교부금을 늘리는 것은 고사하고 오히려 줄여야 한다는 주장마저 나온다. 안종석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금 교부금 제도는 교육투자가 열악했을 때(1970년대) 무조건 일정 부분을 떼어내 교육에 투자해야 한다며 생긴 것”이라며 “상황이 바뀐 만큼 매년 필요한 교육재정 수요액을 산정해서 지급하는 방식으로 조정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교육당국은 학생 수가 줄어들수록 학생 1인당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일축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특히 기재부의 1인당 교부금 자료에 대해 “군인 수가 감소하면 국방 예산도 줄여야 한다는 식의 단순 논리”라고 반박했다. 교육부는 학생 수는 줄지만 학교 수와 교원 수는 오히려 늘고 있고, 지방교육재정 중 인건비가 약 55%나 되는 등 경직성 비용이 높다는 점을 들어 교육 예산을 줄일 수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학교 수는 1980년 9,940개교에서 2018년 1만1,636개교로, 교원 수는 1980년 23만명에서 2018년 43만명으로 증가했다. 유입 인구가 많은 신도시 지역은 학교가 신설되고, 학생 수가 줄어드는 지역이라도 엄연히 등교하는 학생이 있는 이상 폐교하기 어렵기 때문에 학교 수는 증가 추세다. 교원 수 역시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기 위해 계속 늘리고 있다. 우리나라의 학급당 학생 수는 초등학교 23.2명, 중학교 28.4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1.3명(초), 22.9명(중)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올 들어 모든 학교에 공기정화시설 설치가 의무화되는 등 학교 시설 투자에 대한 사회적 요구도 꾸준히 늘고 있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미세먼지, 내진 설계, 시설 노후화 등 교육환경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아직 많다”며 “한국 교육 여건이 아직 선진국 수준에 못 미친 상태에서 교육 재정을 줄이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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