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해협 인근 오만 해상에서 13일(현지시간) 발생한 유조선 피격사건이 새로운 중동 위기로 비화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건 직후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까지 나서 ‘이란 공격설’을 직접 거론하며 “용납할 수 없는 긴장 고조 활동”이라는 등 공식적 비난의 포문을 열었다. 반면 이란은 “이란에 대한 군사행동의 명분을 쌓기 위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자작극”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문제는 공격 주체가 누구든, 이번 사건이 미국과 이란 간 누적된 갈등을 한 단계 더 높이면서 글로벌 경제ㆍ안보 위기를 부를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미국과 이란의 최근 갈등은 지난해 5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과 이란 등 7개국 간 합의한 ‘이란 핵합의(JCPOAㆍ포괄적 공동행동 계획)’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한 뒤 본격화했다. 당시 이란이 핵 프로그램 감축 합의를 어겼다고 주장한 미국은 즉각 이란 경제 제재를 부활시켰다. 그러자 이란도 지난 5월 핵합의 일부를 이행하지 않겠다며 맞섰다. 이런 와중에 발생한 유조선 피격사건은 새로운 협상의 모멘텀으로 작동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에 앞서 당분간 중동 긴장은 고조될 수밖에 없으며, 최악의 경우 호르무즈해협 봉쇄까지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세계 석유 수요의 20%를 차지하는 중동산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해협의 항행이 제한되면 당장 글로벌 원유 수급에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다행히 최근 유가는 하락세지만, 상황은 순식간에 바뀔 수 있다. 원유수급은 물론 수송료 인상 등에 따른 파급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지난해 원유수입에서 중동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74%에 달했던 우리나라의 경우는 파장이 예상보다 심각할 수 있다.
미국과 이란의 대립 격화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북한은 벌써 “미국이 이란을 제재하면 역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미국을 비난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대립 격화가 북미관계에도 악영향을 주면서 3차 북미 정상회담 전망까지 흐릴 위험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유조선 피격사건이 당장 위기 상황으로 비화하지는 않더라도 우리로서는 경제와 안보에 미칠 악영향에 대비해 선제적 대응책을 치밀하게 강구해둘 필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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