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화웨이 사태’와 함께 불거진 미중부역 분쟁, 반도체 시장 부진 등 삼성 안팎을 둘러싼 대외변수를 극복하기 위해 연달아 사업 현장을 직접 챙기고 있다. 경영과 관련된 사내 일정을 공개하지 않던 삼성도 이 부회장의 현장 방문 일정을 외부에 알리면서 위기의식과 적극적 경영 행보를 강조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이 14일 삼성전자 수원캠퍼스에서 ITㆍ모바일(IM)부문 사장단으로부터 전날 개최된 ‘IM부문 글로벌전략회의’ 결과를 보고 받고, 미래 신성장동력이 될 첨단 선행 기술과 신규 서비스 개발을 통한 차별화 방안을 논의했다고 16일 밝혔다. 이 자리에는 고동진 IM부문장 사장, 노희찬 경영지원실장 사장, 노태문 무선사업부 개발실장 사장 등이 참석했다.
회의에서 이 부회장은 “지금은 어느 기업도 10년 뒤를 장담할 수 없다”며 “그 동안의 성과를 수성하는 차원을 넘어 새롭게 창업한다는 각오로 도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5세대(G) 통신 이후의 6G 통신, 블록체인, 차세대 인공지능(AI) 서비스 현황과 전망, 글로벌 플랫폼 기업과의 협업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한 이 회장은 어떠한 경영환경 변화에도 흔들리지 말고 미래를 위한 투자는 차질 없이 집행할 것을 주문했다.
이 부회장은 앞서 13일에는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경영진과 간담회를 갖기도 했다. 이달 1일 DS 경영진과 만난 후 시스템 반도체에 대한 투자 집행 계획을 직접 챙기기 위해 2주 만에 다시 경영진을 소집한 것이다. 13일 간담회에서는 최근 경기둔화 우려에 따른 반도체 사업의 리스크 대응 체계를 재점검했으며, 향후 글로벌 IT업계의 구도 변화 전망과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도 논의했다.
이 부회장은 오는 17일에는 삼성전기를 방문해 전장용 MLCC(적층세라믹콘덴서)와 5G 이동통신 모듈 등 주요 신사업에 대한 투자와 경쟁력 강화 방안도 직접 챙길 계획이다. 소비자가전(CE)부문 사장단 및 타 관계사와의 간담회도 순차적으로 마련할 예정이다.
이 부회장의 잇따른 경영점검에서 나온 메시지는 ‘적극적 투자’, ‘위기의식 강조’ 등이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급변하는 경영환경을 의식해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대내외에 알리면서도 삼성바이오로직스 검찰 수사, 본인에 대한 대법원 판결 등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