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 스틸 이미지. CJ 엔터테인먼트 제공

한국 영화 최초로 칸 국제영화제의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은 상류층과 하류층 사람들의 모습을 대조적으로 표현해 우리 사회의 빈부 격차 문제를 실감 나게 묘사했다.

이 영화는 등장인물들의 주거 공간에서부터 극명한 대비를 이루는데, IT 그룹의 사장인 박동익(이선균 분) 가족은 호화로운 저택에 살고 있지만 이 집에 기생하며 살아가는 김기택(송강호 분) 가족은 폭우가 내리면 물에 잠기는 반지하 집에 살고 있는 것으로 설정했다.

또한 등장인물들의 말에서도 상류층과 하류층의 언어가 대비를 이루는데, 박 사장의 아내(조여정 분)는 ‘믿음의 벨트’와 같은 교양 있는 말을 사용하는 데 비해, 가정부였던 문광(이정은 분)은 ‘코딱지’, ‘얼어 죽을’, ‘아가리’, ‘썩을 것들’ 같은 비속어들을, 기택의 아내 충숙(장혜진 분)과 딸 기정(박소담 분)은 ‘씨X’, ‘X까’, ‘미친 X’ 같은 욕설들을 입에 달고 사는 것으로 묘사했다.

그러나 기정이 박 사장 집에서 미술 선생으로 일할 때에는 말을 교양 있게 바꿔 ‘스키조프레니아(schizophrenia, 조현병)’ 같은 전문 용어와 ‘마음속의 검은 상자’ 같은 멋스러운 표현을 사용했고, 기택 역시 자기 집에 있을 때에는 ‘씨X’, ‘새X’ 같은 천박한 말을 하다가도 박 사장 집에서 운전기사로 일할 때에는 ‘고독한 남자와 동행’, ‘공중위생의 관점’ 같은 고상한 말들을 써 신분을 위장했다.

그런데 박 사장의 아내는 대화 중에 ‘브릴리언트(brilliant)하다’, ‘한 스폿(spot)에 앉지 못하다’, ‘고추장 is red’ 같이 어설프게 영어를 남용하는 것으로 나오는데, 이는 박 사장의 아내 역시 원래 신분이 상류층이 아니었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

유지철 KBS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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