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 한국 남자축구 역사상 첫 골든볼 쾌거…18세 수상은 메시 이후 14년 만
꿈에 그리던 우승은 놓쳤지만 ‘막내형’ 이강인(18ㆍ발렌시아)이 한국 축구의 역사를 새로 썼다.
정정용 감독이 한국은 16일(한국시간) 폴란드 우치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결승에서 우크라이나에 1-3으로 역전패해 준우승을 차지했다.
세계 정상에는 실패했지만 ‘정정용호’의 에이스 이강인은 결승전 선제골 포함 이번 대회에서 2골 4도움을 기록하며 한국 남자축구 사상 첫 골든볼(최우수선수)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이강인에 앞서 2010년 트리니다드토바고에서 열린 U-17 여자월드컵에서 여민지(26)가 8골 3도움의 활약으로 대표팀의 우승을 이끌면서 골든볼을 받은 바 있다. 여민지는 골든부트(득점왕)까지 따냈다. 남자 선수로는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홍명보(50) 대한축구협회 전무가 브론즈볼을 받은 게 ‘최고 성적표’였다.
이강인 덕분에 국민들은 모처럼 행복하고 뜨거운 6월을 보냈다.
그는 날카로운 왼발 킥, 자로 잰 듯한 패스와 넓은 시야, 한국 선수로는 보기 드문 뛰어난 볼 처리 능력으로 팬들의 눈을 사로 잡았다. 한 발로 공을 정지시킨 뒤 몸을 360도 돌려 상대를 따돌리는 마르세유 턴을 ‘밥 먹듯’ 선보이며 상대 압박을 벗어나는 모습에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이강인이 공만 잡으면 마음이 설렐 정도로 그는 ‘신드롬’의 주인공이었다.
이강인의 만화 같은 성장 스토리도 주목 받았다.
2007년 6세 때 축구 예능 프로그램에 출전해 키 큰 형들 사이에서 기가 막히게 공을 차던 소년이 스페인으로 건너가 세계가 주목하는 선수로 성장한 모습에 팬들은 아련한 향수와 감동을 느꼈다. 이강인은 이번 대회에 출전한 다른 선수보다 두 살 어리지만 뛰어난 기량에 리더 역할까지 하며 “막내 형”이라 불릴 정도로 탁월한 리더십도 보여줬다.
폴란드에서 펼쳐졌던 위대한 동행은 막을 내렸지만 이강인의 축구 인생은 지금부터다.
골든볼은 1979년 일본 대회 디에고 마라도나(59ㆍ아르헨티나), 2005년 네덜란드 대회의 리오넬 메시(32ㆍ아르헨티나), 2007년 캐나다 대회의 세르히오 아구에로(31ㆍ아르헨티나), 2013년 터키 대회의 폴 포그바(26ㆍ프랑스) 등이 품에 안았던 트로피다. 이들은 모두 U-20 월드컵을 통해 세계를 주름 잡는 스타로 성장했다.
더구나 이강인은 2001년생으로 이번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연령 만 20세보다 두 살 어리다. 18세 선수의 골든볼 수상은 메시 이후 14년 만이다. 세계 축구가 이강인을 인정하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가 앞으로 ‘이강인’이란 이름 석 자를 더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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