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한국 축구미래들의 우승 꿈은 실현되지 않았지만 세계무대에서 한국 축구 위상을 드높인 값진 도전이었다.
한국 U-20 대표팀은 16일(한국시간) 폴란드 우치에서 막을 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우크라이나에 1-3으로 패하며 준우승을 차지했다. 지난달 25일 포르투갈과 첫 경기로 시작된 22일간의 위대한 여정은 한국 남자축구 역사상 첫 FIFA대회 준우승이란 기록으로 마무리됐다. 선수들은 경기 후 우크라이나 선수들이 다가오자 멈춰선 채 먼저 박수를 전하는 성숙한 모습으로 한국 축구의 품격까지 드높였다.
한국은 포르투갈과 조별리그 1차전(0-1) 패배 이후 남아프리카공화국(1-0), 아르헨티나(2-1), 일본(1-0), 세네갈(3-3ㆍ승부차기 3-2), 에콰도르(1-0) 등 모든 경기에서 1점차 혹은 승부차기까지 치르는 힘겨운 승부를 벌여왔다. 정정용(50) 감독 스스로도 ‘꾸역꾸역 팀’이라고 할 정도로 쉽게 이긴 날이 없었다. 우크라이나와 마지막 승부는 역시나 가장 힘겨웠다. 이 경기 전까지 단 3실점만 기록했던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이강인(18ㆍ발렌시아)이 선제골을 넣고도 내리 3골을 내주며 역전패했다.
하지만 정정용호는 이번 여정에서 ‘즐기는 축구’로 조별리그 2차전부터 4강까지 연전연승하며 한국 축구계를 넘어 한국사회에도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졌다. 수평적 관계 속에 선수들의 얘기를 경청하고, 선수들을 먼저 배려하는 지도자들의 선진적 가르침, 그리고 이 가르침의 가치를 제대로 깨닫고 노력한 선수들 모두가 진정한 승자였다.
선수들은 경기 후 우크라이나 패배의 아쉬움이 컸을 텐데도 다가오는 우크라이나 선수들에게 먼저 박수를 전하며 품격을 보였다. 상대의 모든 세리머니 때마다 다른 행동을 하지 않고 진심으로 상대를 축하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한동안 경기장을 떠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의 우승 세리머니 때 뿌려진 노랑과 파랑색 꽃가루 위를 천천히 걸으며 우츠 스타디움 경기장을 찾은 1,000여명의 한국 응원단에게 박수를 보내며 고마움을 전한 채 담담히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한국 응원단은 우승만큼 값진 준우승을 보인 이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며 준우승을 축하했다.
우치(폴란드)=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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