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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정부 “범죄인 인도법 추진 무기한 연기… 철회는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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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정부 “범죄인 인도법 추진 무기한 연기… 철회는 아냐”

입력
2019.06.15 17:15
수정
2019.06.15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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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리 람 행정장관 “진심 어린 비판 수용” 

 시위 지도부 “철회 때까지 시위 계속, 16일도 대규모 집회” 

홍콩의 행정 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이 15일 정부청사에서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 추진을 연기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홍콩=AP 연합뉴스
홍콩의 행정 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이 15일 정부청사에서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 추진을 연기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홍콩=AP 연합뉴스

정치적 자유를 향한 홍콩 시민들의 투쟁이 결실을 맺었다. 지난 9일(현지시간) 역대 최대규모인 103만명의 반대시위에 이어 16일 두 번째 대규모 집회가 예고되자 홍콩 정부는 범죄인 인도 법안 개정 추진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 1997년 홍콩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이후 시민들이 이끌어낸 가장 극적인 정부 결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은 15일 정부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회의 다양한 우려를 반영해 범죄인 인도법을 무기한 연기한다”며 “법안 추진에 대한 모든 작업을 중단하고 여러 정당과 협의한 뒤 후속 조치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홍콩인들을 위해 법안 개정을 강행했으나, 정부 측 부적절한 처사로 큰 갈등을 일으켰다”며 “많은 사람들이 실망하고 슬퍼했다. 겸허하게 비판을 받아들이고 개선할 것”이라고 했다.

람 장관은 법안 추진을 연기한 배경에 대해 “대만 정부가 살인범의 인도를 요청하지 않고 있어 범죄인 인도 법안이 더는 시급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홍콩 정부는 그 동안 지난해 2월 대만에서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홍콩으로 도망친 남성을 대만으로 인도하기 위해 해당 법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대만 정부는 민의를 무시한 법안 추진을 원친 않는다며 범인 인도를 요구하지 않겠다고 했다.

다만 람 장관은 “법안의 허점을 막기 위해 현 단계에선 개정안을 완전히 철회할 수 없다고 본다”며 이번 결정이 법안 철회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 또 지난 12일 벌어진 시위대와 경찰 간 충돌에 대해서는 “책임 있는 정부로서 우리는 법과 질서를 지켜야 한다”며 질서를 지키지 않은 시위대에 책임이 있다고 비난했다. 당시 충돌로 경찰 22명을 포함해 총 80명의 부상자가 나왔다.

한 홍콩 시민이 지난 12일 열린 범죄인 인도법 반대 시위에서 무장한 경찰 사이에 끼어있다. 홍콩=AP 연합뉴스
한 홍콩 시민이 지난 12일 열린 범죄인 인도법 반대 시위에서 무장한 경찰 사이에 끼어있다. 홍콩=AP 연합뉴스

앞서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현지언론은 이날 오전 홍콩 정부가 범죄인 인도법 개정 추진을 연기할 계획이라고 앞다퉈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홍콩 업무를 담당하는 한정(韓正)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등은 최근 홍콩 인근 광둥(廣東)성 선전(深圳)에 내려와 관련 논의를 진행했으며, 전날 오후 람 장관을 만나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번 발표는 홍콩 민주진영이 예고한 대규모 반대 시위에 선제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재야단체 연합인 ‘민간인권진선’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16일 홍콩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17일 총파업에 돌입하자고 촉구했다. 첫 대규모 시위가 열린 9일 이후에도 홍콩에선 연일 범죄인 인도법에 반대하는 크고 작은 시위가 이어져왔으며,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및 주요외신도 홍콩 시민들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줬다.

다만 홍콩 정부의 법안 연기 발표에도 100만명 이상이 참가할 것으로 보이는 16일 시위는 그대로 진행될 예정이다. 홍콩 민주파 인사들은 법안의 완전한 철회뿐 아니라 경찰의 과잉 진압 사과, 람 장관의 사퇴 등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들은 홍콩 정부의 법 개정 연기가 ‘적의 공격을 늦추는 계략’에 불과하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미 샴 민간인권진선 의장은 람 장관의 기자회견 뒤 “홍콩인들은 법안 철회를 보기 전까지 시위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정부가 추진해온 ‘범죄인 인도 법안’ 개정안에는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중국 본토 등으로 범죄인을 송환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야당과 시민단체는 반체제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넘기는 데 악용할 수 있다며 법안에 강력 반대해 왔다.

지난 12일 홍콩 의회 앞 도로를 점거한 시위대의 모습. 홍콩=AP 연합뉴스
지난 12일 홍콩 의회 앞 도로를 점거한 시위대의 모습. 홍콩=AP 연합뉴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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